'명절 택배 마감' 사라진다…'레오노믹스'가 바꿀 추석 풍경 5가지

'명절 택배 마감' 사라진다…'레오노믹스'가 바꿀 추석 풍경 5가지

류준영 기자
2026.09.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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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노믹스가 바꿀 추석 풍경 5가지/사진=인공지능 제작
레오노믹스가 바꿀 추석 풍경 5가지/사진=인공지능 제작

#추석을 하루 앞두고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가 고향집에 보낼 한우 선물세트를 주문한다. 예전 같으면 이미 택배 접수가 마감돼 추석 연휴가 끝난 뒤에야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몇 년 뒤에는 이런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산간·도서 지역의 물류센터와 각 지역 배송차량, 고도화된 드론과 배달로봇이 저궤도 위성망으로 실시간 연결되면서다. AI(인공지능)가 주문량과 차량 위치, 도로 정체, 기상 상황 등을 종합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배송 경로를 찾아낸다. 선박 운항이 지연되거나 산간도로가 통제되면 실시간으로 경로를 바꾸고, 필요하면 드론이나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투입하는 식이다. 특히 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섬·산간 지역에서도 위성망을 통해 물류 데이터가 끊김 없이 오간다면 지금처럼 '○○지역은 언제까지 보내야 한다'는 일률적인 명절 택배 마감 의미도 점차 달라질 수 있다. 추석 당일 아침, 서울에서 주문한 한우가 그날 오후 고향집 식탁에 올라오는 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

#벌초를 하러 깊은 산에 들어간 아버지. 익숙한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방향을 잃었다. 휴대전화에는 여전히 배터리가 남아 있지만 지상 기지국 신호는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화면에 '위성 연결' 표시가 뜬다. 스마트폰이 저궤도 위성과 직접 연결돼 현재 위치와 함께 간단한 구조신호를 가족이나 구조기관에 전송한다. 위성까지 거리가 짧은 저궤도망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연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긴급문자나 위치정보 전송에 활용하기 적합하다. 이 덕분에 추석 벌초 때마다 반복되는 산악사고에서 '통신 두절' 때문에 구조 요청 자체가 늦어지는 상황이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하늘에 위성을 띄워 지구 전체를 연결하는 '레오노믹스'(LEOnomics·저궤도경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고도 300~1500㎞ 안팎의 저궤도(LEO·Low Earth Orbit)에 위성을 촘촘하게 배치하면 기존 지상 통신망이 닿지 않는 바다, 산간, 사막까지 연결할 수 있다. 추석처럼 사람들이 대규모로 이동하고 가족과 선물이 오가는 명절은 이런 변화를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보여주는 무대다.

꽉 막힌 귀성길, '통신 음영' 줄어든다

명절이면 고속도로 정체와 함께 통신 품질도 골칫거리다. 산길, 외곽도로에서는 신호가 약해지고, 특정 지역에 사람이 몰리면 데이터가 느려지기도 한다. 이럴 때 등장하는 기술이 '다이렉트 투 셀'(Direct to Cell)이다. 별도 위성 안테나 없이 일반 스마트폰이 위성과 직접 통신하는 방식이다.

위성이 하늘에 떠 있는 이동통신기지국처럼 지상망의 빈틈을 메운다. 완전한 위성통신으로 지상 기지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망과 위성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통신망'이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통신 음영지역에서도 차량 위치와 도로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돼 관제와 긴급통신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원양어선에서도 "영상으로 차례"

추석이라고 모두가 고향에 모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양어선 위의 선원, 해외 근무자, 산간·오지 근무자에게 명절은 가족과 함께 하기 어려워 아쉬운 날이기도 하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광케이블 대신 머리 위를 빠르게 이동하는 위성과 단말을 연결하기 때문에 육지는 물론 먼바다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음성통화뿐 아니라 영상통화, 선박 관제, 실시간 데이터 전송에도 활용할 수 있다.

미래 추석에는 원양어선 선원이 선박 내 위성 단말을 통해 고향집 차례상에 올라온 음식을 영상으로 보고, 가족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풍경도 가능해진다. 선박의 위치·기상·엔진 상태 같은 운항 데이터도 위성망을 통해 육상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다.

지상망이 약한 농어촌이나 섬 지역에서는 이 IoT 데이터를 위성망이 백홀(backhaul·기지국과 인터넷망을 연결하는 구간) 역할을 하며 전달할 수도 있다. 위성통신이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사물까지 연결하는 '하늘의 통신망' 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가을 태풍·집중호우 와도 끄떡없는 '하늘 통신망'

추석 연휴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고향을 찾아 산길에 오르고, 성묘를 위해 외진 곳을 찾는 사람도 많다. 문제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가을철 기상악화가 겹칠 경우다. 도로가 끊기고 정전이 발생하거나 산불·산사태로 통신시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위성통신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때다. 지상 기지국이 침수되거나 전력 공급이 끊겨도 하늘의 위성은 지상 재난 상황과 별개로 작동할 수 있다. 통신이 끊긴 지역에서 위성망을 통해 구조신호나 위치정보를 보내고, 구조기관 역시 현장과 연결된 통신망을 확보할 수 있다.

위성영상은 명절 안전망을 한층 촘촘하게 만든다. 추석 연휴 고속도로와 국도, 산악지역 등에 사고나 산사태가 발생하면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통해 피해지역을 빠르게 확인하고 도로를 막고 구조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여러 위성이 같은 지역을 반복해서 촬영하는 군집위성 체계가 갖춰질수록 재난 상황을 확인하는 시간도 짧아진다.

실제 오는 10월 7일 발사 예정인 누리호 5차에는 초소형 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총 15기가 실린다. 초소형 군집위성은 여러 대의 위성이 같은 임무를 나눠 수행하면서 한반도를 반복 관측하는 체계다. 재난·재해 감시는 물론 산불, 산사태, 홍수 등 각종 국토 변화 모니터링에도 활용될 수 있다.

우주산업에서 '생활산업'으로

위성은 더 이상 우주에 있는 비싼 장비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가 됐다. 실제로 저궤도 위성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츠는 세계 저궤도 위성 시장이 2024년 126억달러(약 17조원)에서 2029년 232억달러(3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도 위성 제작에만 머물지 않는다. △위성 간 레이저 통신 △온보드 AI·컴퓨팅 △우주용 반도체 △전기추력기 △항재밍 통신 △양자암호 △위성 충돌을 관리하는 우주교통관리(STM) 등 새로운 산업이 연쇄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핵심은 '좋은 위성 한 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주 시스템 전체를 얼마나 빠르고 싸게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느냐다.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를 통해 보여준 것도 이 방식이다. 위성을 대량 생산하고, 재사용 발사체로 자주 쏘아 올리고, 궤도에서 군집으로 운영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방식이다.

한국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내달 누리호 5차 발사를 비롯해 군집위성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고, 우주항공청은 저궤도 통신위성 등 차세대 우주통신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기업의 발사체 사업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레오노믹스 시대의 경쟁력은 위성을 만드는 기술뿐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만들고, 발사하고, 연결하고, 데이터를 서비스로 바꾸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제2회 K-우주포럼 개최…LEO 산업혁명 조망

이와 같은 레오노믹스 판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행사가 다음달 열린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내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B홀에서 '제2회 K-우주포럼'을 개최한다. 올해 포럼은 '저궤도(LEO) 산업혁명: 우주 생태계의 대전환'을 주제로, 스타링크가 촉발한 저궤도 위성 경쟁이 단순 통신을 넘어 지구관측·우주제조·국방안보 영역으로 확장되는 패러다임 변화를 진단한다.

행사는 5개 세션으로 이뤄졌다. 첫 세션(키노트)에서는 'LEO 2.0, 우주산업의 판이 바뀐다'를 주제로 글로벌 LEO 시장의 수익화 모델을 분석한다.

세션2 'K-LEO, 한국형 위성통신망의 승부수'에서는 우주항공청이 6G 핵심 인프라이자 독자 안보자산인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을 위한 'K-LEO' 프로젝트 로드맵을 공개한다.

세션3 'LEO, 산업이 되다'에서는 한화그룹이 저궤도 밸류체인 구상을 발표한다. 발사체를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위성체계·통신을 담당하는 한화시스템의 시너지를 소개하고, 대기업 중심의 LEO 생태계가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제공할 연쇄 성장 기회를 논의한다.

세션4 패널토론 '레오노믹스: 진짜로 돈 되는 우주경제'는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우주공공팀장이 좌장을 맡는다. 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실장, 이강수 컴퍼니케이 대표,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 임동주 보령 본부장이 패널로 나서 기술, 벤처투자, 글로벌 진출 등 K-우주의 생존 조건과 기회를 모색한다.

마지막 세션5 'LEO NEXT'에서는 초소형 위성부품, 위성데이터 AI 분석, 궤도상 서비스 등 독창적 기술을 갖춘 딥테크 스타트업의 피칭 무대가 마련된다. 김해동 워커린스페이스 대표, 최영완 씨에스오 대표 등이 투자자·산업계 관계자와 직접 만나는 자리를 갖는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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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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