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50, 40%…. 이준이의 산소포화도가 계속 떨어졌다. 1.5㎏의 작은 몸에 숨이 힘겹게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진단명은 '팔로 사 징후'(TOF, 폐동맥 협착·심실중격 결손·대동맥 기승·우심실 비대의 4가지 병변이 동반). 심장 내 결함으로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려운 선천성 심장 기형이었다. 지켜보던 윤태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는 생후 8일차 이준이를 수술대로 옮겨 단 한 번의 수술만으로 심장 구조를 정상화하는 '완전 교정술'에 성공했다. 큰 수술을 이겨낸 이준이는 지난달 5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윤 교수는 2005년 체중 40㎏의 뇌사자 심장을 생후 30개월(10㎏) 아기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고, 이듬해엔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소아 심장 수술에 성공하는 등 국내 관련 수술의 권위자로 꼽힌다. 30여년간 그가 집도한 소아 심장 수술은 7000건에 달한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이준이는 도전적인 사례였다. 완전 교정술은 가슴을 열어 심장박동을 멈춘 뒤, 심실중격 결손을 막고 판막을 성형하는 고난도 수술법이다. 보통 생후 4개월 이후 아기 체중이 6~7㎏까지 증가하면 시행되지만 증상이 급격히 악화한 이준이의 경우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우심실이 나가는 길에 그물망을 넣는 스텐트 시술 등 임시적 방법도 있지만 폐동맥 판막이 완전히 망가질 가능성이 있었다.
윤 교수는 장기적 예후를 고려해 가장 어려운 길인 완전 교정술을 택했다. 한 달 일찍 태어난 '이른둥이'인 이준이의 몸 상태가 미성숙해 장시간 수술이 예상됐지만 의료진은 4시간 만에 수술을 마쳤다. 윤 교수는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심장을 열고 그보다 더 작은 내부 구멍(결손)을 막는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소아 심장질환의 치료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었다. 국내에서 TOF 수술이 본격화된 1980년대엔 당장 환아를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젠 수술 후 10~20년 뒤의 장기적 예후에 무게를 둔 치료가 적용된다. 윤 교수는 "TOF는 장기 데이터를 보유한 몇 안 되는 (기형)질환"이라며 "수술법이 많이 발전하면서 장기적으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선천성 심장질환이 생기는 것은 우리의 얼굴 생김새처럼 이유가 없다. 엄마 아빠 누구도 자책할 필요가 없다"며 "치료 후 시간이 지나 외래 진료 오는 보호자 중에선 '키우다 보니 심장병 있었던 것도 잊었다'고 할 만큼 재수술 비율도 많이 줄었다. 특히 이준이 같은 환아는 많은 보호자에게 희망을 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국의 소아 심장질환 의료 수준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실제 지난해 12월엔 세계적 소아전문병원인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CHOP)에서 서울아산병원을 직접 방문, 소아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 체계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홈 모니터링을 통해 아기의 산소포화도와 체중 증가 추이 등을 확인하며 상태에 따라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치료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 해 평균 소화하는 소아 심장 수술은 약 750건이다.
윤 교수는 "심각한 증상의 TOF를 가진 1.5㎏ 무게의 아기를 완전 교정술로 건강히 살릴 수 있는 병원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미국은 연평균 약 4000건의 선천성 심장질환 수술 과정에서 판막을 살리는 비율이 65%에 불과하지만 우리 병원은 95%에 달한다"고 자신했다.
다만 윤 교수는 자신을 향한 '명의'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 심장질환 치료는 소아심장외과·외과·영상의학과 등 여러 과가 함께 논의해 결정한 최선의 선택에 따른 결과물"이라며 "이는 다학제적 '프로그램'의 결과이지 혼자 만들 수 있는 업적이 아니다. 명의가 '저 의사 아니면 안 돼'란 개념이라면 그건 과학이 아니다. 의사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