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의 10세 아들이 지난 10일 뛰다가 바닥에서 미끄러지며 왼쪽 머리를 돌바닥에 크게 부딪쳤고 커다란 혹도 났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오른팔에 힘이 빠진다는 증상을 호소했다. A씨는 보건복지부의 인공지능(AI) 기반 중증도 분류·병원 안내 애플리케이션 '응급똑똑'에 증상을 입력했다. 그러자 앱은 '뇌출혈에 의한 신경 압박 가능성이 있다'며 즉시 응급실로 갈 것을 권했다.
A씨는 곧장 '빅5' 대형병원인 세브란스병원(신촌)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중증도 분류 후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선 "소아신경외과 의사가 은퇴 예정이라 초진 환자 수용이 불가능해 진료를 볼 수 없다"면서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A씨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지만 정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응급실 뺑뺑이'를 겪게 된 A씨는 119에 전화해 소아신경외과 의사가 진료하는 응급실이 어디인지 물었다. 그러나 119도 "병원에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며 "가능할 것 같은 병원 목록을 문자로 보내겠다"고 했다. A씨가 119로부터 받아본 병원 목록에는 진료가 어렵다던 '세브란스병원'도 포함돼 있었다. A씨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아가고 나서야 아들의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서울에서도 소아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응급실 뺑뺑이를 겪는 사례가 발생했다. 특히 국내 의료체계의 보루인 서울의 빅5 대형병원마저 소아신경외과 진료 공백이 발생했다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방은 아예 소아신경외과 의사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이가 머리를 다쳐 위급한 상황이 됐을 때 이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 안전망이 붕괴된 셈이다. 소아신경외과 등 필수의료 인력 양성 등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남소현 부산백병원 소아외과 교수(대한소아외과학회 편집위원장)가 지난해 7월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아신경외과 전문의는 9.5명이었다. 이들 모두 서울 빅5 병원 소속이었다. △서울대병원 4명 △세브란스병원 3명 △서울아산병원 1.5명 △삼성서울병원 1명이다. 지방은 아예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는 지방과 수도권 내 다른 대학병원에 소아신경외과 세부 전문의가 일부 존재하지만 수가 많지 않아 응급 수술이 필요한 밤이나 주말에는 진료가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서울에서도 세브란스병원은 소아신경외과 전문의가 은퇴할 예정이라며 응급실에서 관련 초진 수용이 거부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소아신경외과의 진료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A씨는 "응급실에서 어느 병원으로 갈 수 있는지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소아신경외과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을 때 당혹스러웠다"며 "119에서도 소아신경외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모르니 일일이 전화해서 알아보라 했을 때 막막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병원에 전화해보니 소아신경외과 진료 여부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며 "서울에서마저 응급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다"고 혀를 찼다.
이에 소아신경외과 등 필수의료 인력 양성, 낮은 수가 조정, 응급의료시스템 재정비 등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소아신경외과 교수는 "소아외과 수술은 고난이도 술기가 적용돼야 하는데 낮은 수가로 전공의들이 선택하지 않는다"며 "합당한 수가를 제공해 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 등으로 필수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병원들이 해당 의사를 여러 명 채용하게 한 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