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 '실탄 1조원' 장전…후기 임상으로 체급 키운다

김선아 기자
2026.06.28 15:16

국민성장펀드 5000억 규모 지분투자…약 4년간 자금 압박 없이 공격적 R&D 가능
자체 후기 임상 추진 및 기술이전 병행…신규 모달리티·플랫폼 선제 확보에 투자

리가켐바이오 연구개발비 추이/그래픽=김현정

리가켐바이오가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직접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약 1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쥐게 됐다. 이를 통해 긴 호흡으로 자체 상업화까지 계획할 수 있게 된 만큼 글로벌 빅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됐단 평가다. 특히 이번 자금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핵심 파이프라인과 신규 플랫폼은 향후 리가켐바이오의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26일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직접 지분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전환사채(CB) 1700억원, 전환우선주(CPS) 3300억원으로 구성됐다. 인수자는 △첨단전략산업기금(2500억원) △팬 오리온(1250억원) △국내 기관투자자(1250억원)다. 팬 오리온은 오리온의 자회사로, 리가켐바이오의 최대주주다.

리가켐바이오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과 기타유동금융자산을 합해 약 443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리가켐바이오의 연결 기준 연구개발비가 △2023년 769억원 △2024년 1131억원 △2025년 2169억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추가 현금 유입이 없더라도 약 2년 이상 연구개발(R&D)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리가켐바이오는 앞으로 약 4년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공격적인 R&D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기존 보유 자금은 기존 사업과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사용하고, 신규 자금은 후기 임상개발 역량 확보와 신규 모달리티 및 플랫폼 확보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이번에 조달한 5000억원 중 900억원은 올해부터 집행할 계획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은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을 직접 수행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화 모델인 글로벌 기술이전도 그대로 병행한다. 파이프라인별 개발 계획은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R&D 데이에서 공유될 것으로 보인다. 리가켐바이오는 2027년에 자체적으로 혹은 파트너사를 통해 5건 이상의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IND 승인을 받은 'LCB02A' 글로벌 임상 1/2상의 첫 환자 투약이 예정돼 있다. 해당 임상의 목표 등록 환자 수는 191명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미 승인된 약물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베스트 ADC' 전략을 바탕으로 도출된 BCMA 타깃 ADC 후보물질 'LCB-14-2524'의 임상시험계획(IND) 제출도 준비 중이다.

리가켐바이오는 "현재 보유 파이프라인이 매우 많으며 매년 3~5개 수준의 신규 임상단계 진입이 예상된다"며 "모든 파이프라인을 자체적으로 후기 임상까지 끌고 가는 것은 이번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자원 배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이전으로 R&D 투자 재원을 지속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면서 가치가 큰 파이프라인에 한해 자체 후기 임상 역량을 더해 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가 국내 유망 바이오텍이 직접 핵심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을 수행할 수 있는 재원을 직접 지원했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바이오텍들은 재정적 부담으로 대부분 조기 기술이전을 택한다. 이 경우 후기 단계에서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그에 따른 이익을 거의 얻지 못하고, 후기 개발 경험도 내부에 축적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한 국내 바이오텍 대표는 "투자 유치하러 가면 런웨이가 어느 정도냐, 돈이 많은데 왜 또 투자받으려고 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글로벌에서 경쟁하는 미국·중국 바이오텍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금으로 과감한 시도와 혁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빅바이오텍으로 가려면 4~5년간 길게 임상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임상도 개시할 수 있는 자금 안정성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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