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향하는 약사들, "약 배송 반대" 국민청원 등장…찬반 '팽팽'

박미주 기자
2026.09.07 16:08

정부,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맞춰 약 배송 허용 확대 논의 추진
약사단체, 약 오남용,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 우려된다며 '약 배송 반대' 집회 예고
비대면진료 이용 경험자의 87.5%는 "약 배송 찬성"

약 배송 확대 찬반 논리/그래픽=이지혜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함께 약 배송 확대를 추진하면서 약사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진다. 약사 단체와 보건의료노조 등이 의약품 오남용이 많아지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청와대에서의 집회도 예고했다. 다만 이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의약품 배송은 해외 주요국도 시행하는 '시대적 흐름'으로,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팽팽하다.

정부, 약 배송 확대 논의 추진…이해관계자 참여 범부처 민관협의체도 운영 계획

7일 보건복지부와 의약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2월24일 비대면진료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약 배송 확대 논의를 추진한다. 현재 비대면진료 이후 섬·벽지,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환자, 희귀질환자에만 약 배송이 허용되고 있는데, 이를 다른 비대면진료 환자로까지 확대하려는 것이다.

복지부는 "정부는 가까운 동네약국 중심으로 약 배송을 허용하되, 비대면 진료 전담약국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민의 약 수령 편의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비대면 약 배송 적용 대상 확대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며, 약사법·의료법 등 관련 법규 개정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약을 안전하게 수령하고 복용할 수 있도록 조제약 품질관리, 환자 수령여부 확인 및 복약지도 등 세부 사항에 대한 검토도 병행한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국무조정실), 이해관계자(약사단체·비대면진료 중개업체 등)가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도 운영할 계획이다.

약사 단체 등은 반발…청와대 앞 집회 예고, 의약품 오남용 등 우려

이에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오는 9일 오후 12시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편의점약 확대 및 비대면진료 약 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과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오는 13일에는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실천하는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보시자연대 등이 청와대 앞에서 비대면진료 처방의약품 배송 확대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약 배송 반대를 주장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올라와 2만6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전면 확대'는 의료 취약계층의 편의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상은 적자에 직면한 공공 건강보험 재정을 털어 사기업의 배를 불리고, 2030 세대의 비급여 약물 오남용과 의료 쇼핑을 조장하며, 특정 플랫폼 창업자와 사모펀드의 거액의 투자 회수를 국가가 대놓고 도와주는 명백한 '의료 민영화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약사단체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에는 "비대면 조제 시 약국은 별도의 관리료 등 가산이 붙어 일반 조제보다 조제료를 더 받는다. 돈만 생각한다면 약사들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대한민국은 도보 5~10분 거리에 전문 약국·의원이 촘촘히 포진해 있다"고 했다. 동네약국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는 점 등도 반대 측의 논리다. 청원인은 의료 취약층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보건소 중심의 '공공 방문약료 서비스' 마련을 요구했다.

OECD 국가 중 의약품 배송 허용 국가/그래픽=김다나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 87.5%는 약 배송 허용 '찬성'…OECD 37개국도 약 배송 허용

반면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와 관련 플랫폼 등이 모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등은 약 배송이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의료취약지, 야간 등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약을 받으러 나갈 수 없기 때문에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약 배송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비대면진료뿐 아니라 약 배송도 허용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한 37개국에서 약 배송이 가능하다. 한국리서치가 원산협 의뢰로 지난 7월 진행한 국내 비대면진료 이용 경험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7.5%가 비대면진료 후 의약품 배송 허용에 찬성했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환자 입장에서 비대면진료는 가능한데 약은 집에서 받지 못하는 것은 모순적이라 이런 국민 불편을 안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며 "의약품 오남용, 건강보험 재정 우려 등은 의료지침 등 정책적으로 조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도입 이후 의료 접근성이 높아져 질환 예방이 도움이 되고 재정 절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