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분석 기업 "영토 확장" AI 신약 개발·美 시장 진출 '속도'

박정렬 기자
2026.09.29 08:18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이 사업 영역을 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진단 검사를 넘어 AI(인공지능)를 접목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미국 등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는 등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유전체는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한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전정보의 총합을 의미한다. 보통 암이나 희귀질환 등의 특이적인 돌연변이를 찾아내 병을 진단하는 데 사용된다. 분석 장비와 AI의 발전으로 정보 처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이제 유전체의 발현으로 만들어지는 전사체, 단백체를 통합한 '다중 오믹스' 분석을 적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국내 유전체 분석 시장은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패널 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를 NGS 검사로 한꺼번에 찾고, 표적·면역항암제와 같은 맞춤 치료제를 쓰는 방식이 보편화했다. 암·희귀질환자가 몰리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공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한 '검사 기술'만으로는 차별화를 이루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유전체 시장 규모/그래픽=최헌정

이에 유전체 분석 업계는 그간 쌓아온 병의 원인(유전체 등)과 치료 결과(환자 임상) 데이터, 분석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사업 개척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지니너스는 환자 임상 정보와 공간 전사체·단백체 등 방대한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인텔리빌'을 앞세워 AI 신약 개발사로 변모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구축한 5500명 이상 환자의 '정돈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면역세포 등의 공간적 분포와 세포 간 상호작용을 분석해 치료 타깃을 제시하는 플랫폼이다.

지니너스 관계자는 "똑같은 HER2 유전자 과발현과 돌연변이로 암이 발생해도 치료 전후 인텔리빌로 분석하면 HER2 발현 정도와 공간 분포, 종양미세환경 내 상호작용에 따라 약물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알려진 표적보다 더 나은 표적을 제시할 수도 있고, 세포·유전자 공간 정보나 상호작용 데이터를 통해 이중항체나 ADC(항체-약물 접합체) 등 최적의 모달리티(치료접근법)를 선별하고 제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경기도 과천시 베르티스 본사에서 한승만 베르티스 공동대표(사진 왼쪽)과 신명근 화순전남대병원 첨단정밀의료산업화지원센터장이 환자 유래 임상자원 및 단백체 기술을 활용한 치료표적 발굴·검증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베르티스

베르티스도 단백체 분석 기술을 AI 신약 타깃 개발로 확장했다. 혈액 속 단백질로 유방암을 조기 진단하는 '마스토체크'로 알려진 이곳은 암세포 표면과 인접한 단백질 데이터를 생성·분석해 항암 신약의 타깃을 발굴하는 AI기반 '서프(SURF)' 플랫폼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화순전남대병원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서프를 통해 발굴한 신약 타깃 후보의 임상·병리적 유의성을 검증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국내를 넘어 유전체 분석 분야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기회를 찾는 곳도 늘어난다. 셀레믹스는 최근 미국 독립 임상검사실(클리아 랩)인 '어치브 다이아그노스틱스'(어치브)와 3년간 최소 722만5000달러(약 99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및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어치브가 셀레믹스의 암 진단용 NGS 패널 5종을 활용해 미국에서 임상검사를 진행하면, 이 매출의 20%를 로열티로 받고 진단키트도 공급하는 구조다. 단순한 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미국 현지 검사량에 따라 반복 매출을 확보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모체태아의학 전문 의료센터 '페탈 플러스(Fetal Plus)'에 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 ‘3B-NEO’ 홍보물이 전시돼있다./사진=쓰리빌리언

희귀질환 유전체 분석 기업 쓰리빌리언도 텍사스 오스틴에 현지 법인을 세운 데 이어 유전체 분석 클리아 랩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에서 검체 접수부터 유전체 분석, AI 기반 변이 해석, 결과 리포트 발행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희귀질환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신약 개발연구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쓰리빌리언 관계자는 "현지 검사실을 통해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서비스와 영업망 가동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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