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수검자 중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비만으로 분류된 이들이 4년 새 22만명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이 심혈관질환 등의 주된 위험인자인 만큼 특히 치료 접근성이 낮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비만약의 '단계적 급여화'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건강검진에서 '비만(질환의심)'으로 분류되는 BMI(체질량 지수) 30 이상 수검자는 2021년 118만2708명에서 2025년 140만8609명으로 4년 새 22만5901명(19.1%) 늘었다. 이 기간 BMI 40 이상(고도비만) 수검자는 3만478명에서 4만4317명으로 45% 증가했다.
비만과 연관된 동반 질환의 의료 이용도 확대됐다. BMI 30 이상 수검자 중 당뇨병 외래 진료 인원은 2021년 대비 2025년 2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혈압은 23.9%, 이상지질혈증은 35.4% 늘었다. 수면무호흡증 외래 진료 인원은 8894명에서 2만113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입원 진료 인원도 4376명에서 8380명으로 91.5% 늘었다.
국가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비만 관련 의료비는 2017년 6조2889억원에서 2021년 8조8354억원으로 40.5% 확대됐다.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 등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질병 부담도 이 기간 11조9550억원에서 15조6382억원으로 30.8% 증가했다.
비만 인구가 지속해서 늘면서 미용 목적이 아닌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등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약은 국내에서 비급여로 처방된다.
반면 해외에선 비만 치료제의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BMI와 제2형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동반 질환을 함께 고려해 보험 적용 대상을 정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7월부터 공공의료보험 '메디케어 파트D' 수혜자(고령자·장애인)를 대상으로 일부 GLP-1 약물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기 위해 가까운 일본으로 원정을 떠나는 일명 '스시자로'(스시+마운자로) 사례도 국내에서 늘고 있다. 현지에서 처방되는 마운자로 가격은 보통 10만원 미만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약 30만~40만원)의 약 3분의1 수준이다.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이사(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장)는 "비만 치료를 통해 2형 당뇨병 및 심혈관질환으로 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치료 경향"이라며 "특히 여성의 경우 교육 수준과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비만도가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을 우선으로 한 비만약의 단계적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국정감사 자료에서 "질환 치료 목적의 비만 치료제에 대해 제약사의 급여 결정 신청이 있는 경우 건강보험 등재 여부와 적용기준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관련 급여 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예상 환자 규모와 재정소요액 추계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중증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급여화를 우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병훈 의원은 "고도비만이나 동반 질환 등으로 지속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미용 목적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며 "BMI와 동반 질환 등 치료 필요군의 규모와 질병 부담을 면밀히 분석해 합리적인 치료·보장기준과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 재정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