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파장이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대규모 이탈을 부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소아청소년 2차 진료를 담당하는 전국 소아청소년병원 4곳 중 3곳의 의사 수가 이미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소아청소년병원 의료인력 실태조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진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에 비해 현재 인원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74.6%로, '충분하다'(25.4%)의 3배에 달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협회가 9월29일부터 10월4일까지 전국 소아청소년병원(120여곳) 중 조사에 응한 71곳(수도권 22곳, 충청권 12곳, 영남권 22곳, 호남권 15곳)을 대상으로 취합해 분석한 결과다.
' 부족하다'고 답한 53곳에 '의사를 충원하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더니(복수 응답)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8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원자가 야간·휴일·입원 근무를 꺼린다'(71.7%), '지원자가 요구하는 급여를 감당하기 어렵다'(58.5%) 순이었다.
최근 3년 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을 시도한 병원은 95.8%(68곳)였다. 이 가운데 6개월 안에 채용한 곳은 19곳(27.9%)에 그쳤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27.9%, 1년 이상이 11.8%였고, 아직도 채용하지 못한 곳이 32.4%에 달했다. 채용을 시도한 병원의 72.1%가 채용하기까지 6개월 넘게 걸렸거나, 아직도 뽑지 못한 것이다.
최근 5년 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인당 급여가 30% 이상 오른 곳은 57.7%였다. 특히 30~50% 인상된 곳이 33.8%, 50~100% 오른 곳은 19.7%였다. 100% 이상 인상된 곳도 4.2%였다. 반면 10~30% 오른 곳은 36.6%, 급여가 비슷하거나 줄어든 곳은 5.6%에 불과했다.
빈자리 메우는 대표원장, 44%가 주 52시간 넘겨
봉직 전문의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당직 포함)은 40~52시간이 52.1%로 가장 많았고, 40시간 미만 36.6%, 53~60시간 11.3%였다.
반면 대표원장은 주 52시간을 넘는 곳이 43.7%에 달했다(53~60시간 26.8%, 61~70시간 7%, 70시간 초과 9.9%). 봉직의가 52시간을 넘는 곳이 11.3%인 것과 비교하면, 채용하지 못한 인력의 공백을 대표원장이 직접 메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31곳에 그 이유를 묻자(복수 응답) '야간·휴일·입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96.8%였고, '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해 인원이 부족해서'가 64.5%였다.
최근 3년 안에 전문의가 부족해 진료를 줄이거나 멈춘 적이 있다는 병원은 60.6%(43곳)였다(복수 응답). 야간 진료 축소·중단이 33.8%로 가장 많았고, 외래 진료시간 단축 29.6%, 휴일 진료 축소·중단 28.2%, 입원 병상 축소 23.9%,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반납 또는 신청 포기 7.0% 순이었다. 입원 진료를 아예 중단한 곳도 1곳 있었다.
지금의 인력과 채용 여건이 이어질 때 현재 진료(야간·휴일·입원 포함)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2년 미만이 28.2%로 가장 많았고, 2~4년 미만이 23.9%였다. 응답 병원의 52.1%가 4년 안에 지금의 진료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4~6년 미만 15.5%, 6~10년 미만 7%, 10년 이상 2.8%, 판단하기 어렵다 22.5%였다.
소아과 전문의, 60대 > 30대…세대교체 멈춰
응답 병원의 상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13명의 연령은 40대 34.5%, 50대 31.6%, 60대 16.6%, 30대 16.0%, 70대 이상 1.3%였다. 30대 전문의(50명)가 60대 이상(56명)보다 적다. 대표원장은 50대 38.0%, 40대 29.6%, 60대 28.2%, 70대 이상 2.8%, 30대 1.4%로, 60대 이상이 31%였다.
대표원장을 포함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4~6명이 49.3%로 가장 많았고, 7~9명 25.4%, 1~3명 14.1%, 10명 이상 11.3%였다.
협회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정부에 △야간·휴일·입원 진료를 유지하는 소아청소년병원에 대한 별도 보상 △소아 진료 중에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 △소아병동의 간호 필요도를 반영한 간호인력 기준과 지원을 요구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이어진 전공의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가 소아청소년병원의 전문의 채용난으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며 "지난 9월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으로 이런 현상이 더 빨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청소년병원은 소아의료의 허리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 보듯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정부가 제도적 안전장치와 지원책 마련을 더 미룬다면 지역 소아필수의료는 머지않아 제 기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함께한 한동균 학술이사(광주 남구 미래아동병원장)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뿐 아니라 간호사도 보호자 민원 부담 등으로 구하기 힘든 것이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의 현주소"라며 "기존 의료진의 피로 누적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 압박 등 어려움이 한둘이 아닌 만큼, 정부가 지역 소아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