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의료AI '운명' 갈린다…복지부 지·필·공 정책도 "영향권"

박정렬 기자
2026.10.16 16:47
평가유예 신의료기술 재평가 목록/그래픽=김지영

한시적 비급여로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의료AI(인공지능)의 신의료기술 평가 결과가 다음 달 공개될 예정이다. 임상적 유효성이 주요 판단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후속 의료AI의 연구개발(R&D)과 AI를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을 해소한다는 정부 정책 모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6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입원환자 상태 위험을 예측하는 뷰노 '뷰노메드 딥카스'와 에아이아트릭스 '바이탈케어', 혈액으로 유방암 진단을 보조하는 베르티스 '마스토체크' 등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총 11건(고시 기준)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으로부터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받고 있다.

평가유예 신의료기술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의료기술이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비급여로 우선 시장에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의료AI나 유전자 검사처럼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은 최대 4년의 유예 기간 비급여로 돈을 벌며 논문 등 근거를 쌓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허가 후 급여 진입까지 매출이 없어 사장되는 기업 입장에서 평가유예 신의료기술과 이와 유사한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등 '선진입 의료기술' 제도는 '죽음의 계곡'을 넘는 규제 혁신 사례로 호평받고 있다.

평가유예 신의료기술이 정부의 심사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에 따라 신의료기술로서 건강보험 급여 절차를 밟거나, 비급여 사용마저 종료되는 등 '운명'이 갈린다. 지난 3월 5일 한시적 비급여 사용이 종료된 기술을 대상으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소위원회의 1차 검토가 지난 9월 18일 일괄 종료됐고, 오는 23일 열릴 본위원회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당초 10월 중 결과 발표가 예정됐는데 이달 초 NECA로부터 '11월 중순 통보'를 안내받았다"고 전했다.

신의료기술 평가는 안전성과 유효성 등 크게 두 기준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후자의 경우 '환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지'가 관건인데 이 기준이 아직 모호하다. NECA는 비급여 사용하며 쌓은 데이터로 작성·발표한 논문의 양과 질(체계적 문헌 고찰)을 근거로 삼는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의료AI 평가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똑같은 논문과 자료를 두고도 평가위원회 전문위원조차 '충분'과 '불충분'으로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저마다 유효성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의료AI 선도기업인 뷰노는 43개월간의 평가유예 기간 뷰노메드 딥카스의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한 논문 6편을 게재했다며 '긍정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180곳의 의료기관, 6만5000병상에 진출한 뷰노마저도 평가 통과를 '기대'할 뿐 '확신'하진 못한다.

이번 평가 결과는 의료AI를 포함한 후속 신의료기술 개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인지도·사용량이 높은 의료AI 솔루션이 고배를 마실 경우, AI를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을 해소한다는 보건복지부의 'AI기본의료전략'도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의문 등으로 실사용·예산 집행 과정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평가 기준' 자체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심사 결과에 불복해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미 선례도 존재한다. 의료AI는 아니지만, 젠큐릭스는 유방암 예후 진단 검사인 '진스웰BCT'이 지난달 NECA 평가 후 혁신의료기술에서 탈락하자 '검사 자체의 성능이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는 등의 취지로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달 초 서울행정법원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며 젠큐릭스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임재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부위원장은 "평가유예 기술의 기간 연장은 안전성 외에도 임상적 활용도(사용량), 근거 창출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지만 정작 제도권 진입 여부는 논문만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임상적 유효성이 없지 않은데 불분명한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당하면 기업은 반발하고 AI 서비스 산업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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