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랍의 봄'? 북아프리카 반독재 시위 확산

김수현 기자
2019.04.10 15:42

수단·알제리 등서 시민들 거리로, 리비아에선 내전… 이집트 등 주변국 긴장

9일(현지시간) 수단 시민들이 군 본부 앞에 몰려가 시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시민의 힘이 살아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독재하지 않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드러났다. 우리가 2011년에 세운 뜻은 그것을 없애고 왜곡하려는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다."

2011년 이집트 반정부 항쟁에 참여하며 한동안 야당 대표를 지냈던 칼레드 다우드는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이같이 말했다. 8년 전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휩쓸었던 민주화 혁명 '아랍의 봄'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북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제2 아랍의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최근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반독재 시위들은 2011년 '아랍의 봄'의 기운이 아직도 그곳에 아프게 살아 남아있음을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북아프리카에서 정부의 독재와 무능,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먼저 반정부 시위 열풍이 시작된 곳은 수단이다. 지난해 12월 정부의 빵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의 퇴진 운동으로까지 확대되며 한층 격해지고 있다. 바시르 대통령은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후 30년 동안 철권 통치를 해왔다.

수단 시민들은 매 주말 1만명 이상 모여 군 본부 앞에 몰려가 시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과 달리 수단 군부가 아직 이번 시위에 개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단 활동가인 암제드 패리드는 "우리의 시위를 통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독재자도 축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 2011년 혁명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알제리에서 지난 2월 시작된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 시위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1999년부터 20년간 집권한 부페플리카 전 대통령은 애초 이번 달로 예정됐던 대선에서 5선을 노렸으나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퇴진했다. 퇴진 이후에도 알제리의 수도 알제 등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친 부테플리카 인사인 압델카데르 벤살라 임시대통령의 퇴진과 현 정치 시스템의 해체를 요구했다. 결국 벤살라 임시대통령은 9일 TV연설을 통해 90일 이내에 자유로운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NYT는 "알제리 시민들이 2011년 당시 이집트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1년 대통령을 몰아냈지만 결국 또 다시 군부 독재로 귀결된 '이집트의 봄'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려는 것이다.

리비아에서는 군벌과 정부군의 충돌이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11년 시민혁명으로 카다피 정권이 몰락한 이후 리비아에서는 다수의 무장세력이 난립해왔다. 리비아는 지난 2015년 유엔 지원으로 구성된 리비아 통합정부(GNA)가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를, 이번 내전을 촉발한 칼리프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의 리비아국민군(LNA)이 동부를 점령해 국가가 사실상 양분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번 내전으로 리비아 통합정부와 동부 군벌의 대립이 종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한편 주변국은 이같이 혼란한 북아프리카 정세에 긴장하고 있다. 압델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추진에 묵시적 허용을 받아냈다. 필립 고든 전 백악관 중동정책 조정관은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격변들에 대해 엘시시 대통령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만약 어떤 정권이 시민들의 요구에 더이상 반응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들은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이를 비판했다. NYT는 "이집트 언론이 알제리와 수단 등에서의 시위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이집트 정부도 시위를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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