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오전 0시를 기해 이란산 원유 봉쇄 조치를 강행했다.
유가가 급등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통해 원유 시장에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고, 또 예외를 인정했다가 이를 뒤집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제멋대로' 행보에다 사우디마저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어 원유 시장은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면서 "여름철 (휘발유 수요) 성수기를 앞두고 연료 가격이 오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미국의 이란산 원유 원천 봉쇄 조치는 지난 1분기동안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가 30% 가량 상승해 유가 상승폭이 수십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뤄졌다. 봉쇄 첫 날인 이날 유가는 급락세를 보였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24일 브렌트유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74달러를 돌파했다.
게다가 이란 외에도 베네수엘라와 리비아 상황 등 유가 상승 요인이 시장에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가 미국의 요구대로 증산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양국은 최근 몇 주 동안 증산 규모를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경우 연료가격을 낮은 수준에서 유지해야 경제 성장에 유리하지만, 국가 수입의 87%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사우디는 고유가를 선호하는 등 상황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는 경제개혁과 예멘전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우디는 확답을 요구하는 미국 측에 증산 규모나 공급 시점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도 지난주 러시아 국영매체인 리아노보스티(RI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유 생산량을 적어도 5월 말까지는 하루 1000만배럴 이하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까닭은 작년 이란 제재 당시 트럼프의 요청에 따라 증산에 나섰지만, 미국이 8개국에 한시적 예외를 인정해 손해를 본데 따른 것. 당시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들어야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에너지 고문을 역임한 밥 맥널리는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운이 좋다면 OPEC이 공급하는 풍부한 원유가 유가 상승을 막아 주면서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이행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거친 바다에서 항로를 변경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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