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실패만 보지마! 사업 일선 물러나는 손정의, 쿠팡·그랩 '대박'

윤세미 기자
2021.03.13 09:00

오는 4월 소프트뱅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이 투자에서 큰 결실을 맺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유망한 스타트업에 과감히 베팅한 그의 배짱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AFP
쿠팡으로 37조원, 그랩 상장도 눈앞

손 회장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11일 뉴욕증시에 데뷔한 쿠팡은 공모가인 35달러 대비 41.49% 오른 49.25달러에 거래를 마감, 기업가치가 891억달러(약 101조원)까지 불어났다.

로이터는 소프트뱅크가 쿠팡에서 거둔 투자이익이 33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소프트뱅크의 초창기 투자금인 30억달러의 10배가 넘는다. 쿠팡의 계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통 크게 투자한 손 회장의 결정이 주효했다. 당시 투자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쿠팡 지분의 37%를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유나이티즈퍼스트파트너스의 저스틴 탕 아시아 리서치 총괄은 블룸버그를 통해 "쿠팡 상장은 손 회장에 커다란 승리이며 그의 투자 스타일이 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쿠팡 외에도 소프트뱅크가 주요 투자자로 있는 동남아판 우버 그랩,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중국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인도 결제앱 페이틈,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회사 토코피디아 등이 올해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손 회장은 상당한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그랩은 최근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을 통한 조기 상장을 논의 중이며 몸값이 최대 400억달러까지 평가받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보도했다. 그랩이 2019년 10월 마지막으로 기업가치를 공개 평가 받았을 때에는 150억달러 정도였다.

사진=AFP
'마이더스의 손' 증명한 손의 뚝심

물론 손 회장의 투자가 전부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최근에도 소프트뱅크로부터 19억달러 이상을 투자받은 영국 그린실캐피털이 파산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년 전에는 손 회장의 투자 안목을 의심받을 정도로 악재가 잇따랐다. 위워크의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상장이 무산됐고 우버와 기업용 메신저 슬랙은 상장 후 심각한 주가 부진에 시달렸다. 로봇 피자업체 줌피자는 경영난에 몸집을 축소했고, 온라인 슈퍼마켓 브랜드리스가 폐업을 선언했다.

알리바바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투자한 덕에 선지자로 통하던 손 회장의 명성도 흔들렸다. '감'에 의존한 과감한 베팅을 하는 투자 전략은 도마에 올랐다. 성장 잠재력이 부족한 회사에 과잉 투자를 해서 스타트업 몸값을 과도하게 띄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기초가 부실한 신생기업에 과잉 유동성이라는 독을 주입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스스로를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사냥꾼'으로 부르는 손 회장은 뚝심을 지켰다. 로이터에 따르면 손 회장은 올해 헬스케어 스타트업 포워드헬스의 2억2500만달러 펀딩 라운드를 이끌면서 투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망 기업과 인수·합병으로 신속한 상장을 가능케하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열풍에도 올라탔다. 1월 초 SVF인베스트먼트를 상장시킨 데 이어 이번 주에도 SVF인베스트먼트2, SVF인베스트먼트3을 잇따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소프트뱅크는 통신, 로봇, 인공지능(AI) 등 기술 기업 인수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황금알 160개 있다. 이제 수확 단계"

손 회장은 지난달 소프트뱅크 실적 설명회에서 "1년 전 많은 미디어가 우리에게 썩은 달걀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황금알 160개가 있으며 이 가운데 다수는 수확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투자한 160여개 기업에서 머지않아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의 표시였다.

실제로 지난달 소프트뱅크가 2020/21회계연도 3분기(지난해 10~12월)에 1조1700억엔 순이익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비전펀드 운용 성적이 호조를 보인 덕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기술주 몸값이 뛰면서 톡톡한 수혜를 입었다. 지난해 12월 도어대시 상장으로만 110억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냈다.

소프트뱅크 1년 주가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소프트뱅크 주가도 날아올랐다. 특히 쿠팡 상장으로 막대한 차익이 기대되면서 12일 소프트뱅크는 3.35% 뛴 1만635엔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소프트뱅크 지분이 대부분인 손 회장의 자산도 급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손 회장의 자산은 지난해 3월 시장 침몰과 투자 전략에 대한 의구심 속에 84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가 1년 새 4배 이상 증가해 380억달러(43조원)를 넘어섰다.

한편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은 2021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 1일자로 회장직에서 물러나 창업 이사로 남기로 했다. 1981년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지 40년 만이다. 손 회장은 주력 사업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투자 기업과의 협력이나 소프트뱅크그룹(SBG) 전체의 전략에는 계속 관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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