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농구스타' 코비 시신 사진 돌려본 보안관·소방서…"214억원 배상" [US포커스]

뉴욕=임동욱 특파원
2022.08.26 12:25
2020년 1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칼라바스에서 전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졌다. 보도에 따르면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개인 헬리콥터를 이용해 일행과 이동하던 중 변을 당했다. 사진은 추락한 헬리콥터의 잔해. /AFPBBNews=뉴스1

2020년 1월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등의 시신 사진을 돌려보고 유포한 혐의를 받은 구조·사고조사 당국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평결이 나왔다. 미국에서 2번째로 큰 도시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자치 기관에 내려진 이례적인 강한 처벌이라는 평가다.

24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코비 브라이언트의 부인 버네사 브라이언트와 해당 사고로 부인과 딸을 잃은 크리스토퍼 체스터가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보안관과 소방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3100만 달러(약 41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이에 따라 브라이언트와 체스터는 각각 1600만달러(214억원), 1500만달러(201억원)를 배상금으로 받게 됐다.

평결이 나온 직후 법정 앞 줄에 앉은 브라이언트는 눈물을 흘리며 딸 나탈리아를 껴앉았다. 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던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코비 브라이언트와 딸 지아나의 사진을 올리고 '사랑해, 코비와 지지를 위한 정의'라고 썼다.

버네사 브라이언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코비 브라이언트와 딸 지아나의 사진 /사진=버네사 브라이언트 인트타그램

브라이언트의 변호사 루이스 리는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책임에 대한 것이었다"며 "이제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이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체스터의 변호사인 제리 잭슨은 "배심원단과 존 월터 판사께 감사하다"며 "이분들은 매우 공정한 재판을 했다"고 밝혔다.

LA 카운티 측의 변호를 받은 미라 해쉬몰은 평결 직후 성명을 통해 "카운티 책임에 대한 배심원단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금전적 보상금액(3100만 달러)은 원고들이 감정적 고통의 대가로 7500만 달러를 요구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배심원들이 믿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의뢰인과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아울러 브라이언트와 체스터 가족이 비극적인 상실로부터 계속 치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방 배심원단은 카운티 보안관과 소방서가 적절한 정책과 훈련 부족으로 피해자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에서 쟁점은 LA 카운티 측에 의해 찍힌 사진들이었다. 이 사진에는 사고 헬리콥터의 잔해뿐 아니라 코비 브라이언트와 그의 딸 지아나, 체스터의 아내 사라와 딸 페이튼, 그리고 다른 5명의 사망자들의 손상된 시신의 모습들이 담겼다.

2020년 1월 안개 낀 일요일 아침, 당시 41세였던 브라이언트와 8명의 동행자들은 오렌지카운티를 출발해 청소년 농구 토너먼트가 열리는 LA 북쪽 교외 지역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헬기 조종사가 구름 속에서 방향을 잃었고, 캘리포니아 칼라바사스 근처의 언덕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미 교통안전위원회는 이 헬기 조정사가 추락 전 악천후 비행 수칙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결론 내렸다.

헬기 추락 소식에 지역 사법당국 관계자와 수사관들은 사고 현장으로 항했고, 현장 수습 과정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버네사 브라이언트는 소장에서 LA카운티 소방관들과 보안관들이 코비와 지아나 브라이언트의 시신을 포함한 현장 주변의 유해를 근접 촬영할 수 있었고, 이 사진들이 보안관 요원들과 소방관들 사이에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고 희생자의 친척은 증언을 통해 소방당국 관계자가 사내 행사에서 사진 중 일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실제로 한 당국 관계자는 비디오 게임 '콜 오브 듀티'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인간의 유해가 담긴 사진을 공유했고, 다른 사람은 이를 친구로 여기는 바텐더에게 보여줬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2018 Vanity Fair Oscar Party ? Arrivals ? Beverly Hills, California, U.S., 04/03/2018 ? Kobe Bryant holds his Oscar for Best Animated Short, with wife Vanessa. REUTERS/Danny Moloshok/File Photo/사진=로이터=뉴스1

브라이언트와 체스터는 이 사진들이 언제든지 인터넷에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한 정서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LA 카운티의 업무 태만과 사생활 보호 권리 침해가 있었고, 조사가 시작된 후 해당 사진을 삭제하라는 부서 관계자들의 명령은 증거 인멸과 은폐 시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LA 카운티의 변호인단은 해당 사진이 촬영돼 공유된 사실은 인정했지만, 최근 2년 반 동안 해당 사진이 유포되지 않았을 정도로 삭제를 철저히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정책 위반 사실은 있지만, 원고들의 헌법적 권리는 침해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카운티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이 "사진이 없는 사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끔찍한 유해 사진이 일반 대중이나 심지어 원고에게 실제로 보여진 적이 없기 때문에 죄가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트 측 변호인은 이런 사진을 찍은 당국의 행동이 무모하고 비인간적이며, 감정적 고통을 야기시켰다고 주장했다. 리 변호사는 "그들은 치료할 수 없는 상처에 소금을 부었고, 그것이 우리가 오늘 여기에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 2020년 9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공식적인 법 집행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사람의 사진을 최초 대응자들이 공유하는 것을 불법화하는 '코비 브라이언트 법'으로 불리는 사생활 침해 법안에 서명했다. 또 LA는 8월24일을 '코비 브라이언트의 날'로 정했다. 이는 그가 LA 레이커스에서 선수로 뛸 때 사용했던 등번호 8번과 24번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두 번호 모두 영구결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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