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과잉 진료? 의사 연봉 정해놓고 주자"…'고정급' 높이자는 중국

베이징(중국)=안정준 기자
2025.10.12 06:32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사들의 과잉진료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의 경우 의사들의 고정급여 자체가 낮아 의료 행위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과잉진료를 통해 높은 보상을 받는 구조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사 연봉제'를 도입해 고정급 비중을 높여 과잉진료를 막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다.

2023년 1월 3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베이징 병원의 응급실에서 휠체어를 탄 환자가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은 10일 잉샤오화 푸단대학 공공위생대학원 보건경제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의사 연봉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잉 교수는 "현재 중국 공립병원 의사의 소득 구조는 성과급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성과 지표 역시 진료, 검사, 수술 등 '의료 행위' 중심에 맞춰져 있다"며 "이는 불합리한 과잉 처방과 과잉 검사, 쪼개기 입원 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립병원은 오랫동안 '직무 성과급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 제도에 따르면 의사 급여는 직무급, 호봉급, 성과급, 수당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성과급은 다시 기초 성과급과 성과 보너스로 나뉜다. 2020년 전국 공립병원 의사 고정급 비중은 평균 41%, 일선도시(최상위권 대도시)는 29%로 비일선 지역보다 15%포인트 낮았다.

이 같은 상황은 잉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 '국제 의사 보수 모델과 중국에 대한 시사점'에도 자세히 정리돼 있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의사 소득은 각국 평균 임금의 1.5~4배 수준이었으며 공립병원 의사들을 포함한 중국 의사들의 연평균 소득 역시 2.1배로 이 범위 안에 있었다. 하지만 이 중 고정급 비중은 일선도시의 경우 30%에도 미치지 못해 의료 선진국 고정급 수준과 큰 격차를 보인다는게 잉 교수의 설명이다.

잉 교수는 "(이처럼 낮은 고정급 체계 때문에) 의료 행위에 따른 성과 끌어올리기와 수익 극대화가 의사의 진료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며 "(어느 나라나) 공익적 성격이 강한 직종은 고정급 중심의 임금 구조를 가지는데 영국과 스웨덴처럼 고정급 비중이 높은 공립병원이 사회적 책임 수행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고정급 비중을 60~80%로 끌어올리고 나머지를 소규모 성과 보너스로 운영하는 '기본급+제한적 성과급'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에선 의사 연봉제 도입 시 의사들의 진료 의욕이 떨어지거나 의사들이 의료 서비스 제공 자체를 피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고정급 비중 확대시 능력이 뛰어난 의사에 대한 보상체계가 흔들려 인재 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정부 지원과 의료보험 등으로 구성되는 공립병원 재원 구조가 높은 고정급 체계를 버텨낼지에 대한 의문 등의 문제도 감안을 해야 한다.

잉 교수도 이같은 문제가 의사 연봉제 도입 전에 어느 정도 풀려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의사 연봉제 도입을 위해서는 고정급 수준을 어떻게 설정할지와, 병원 가용 재원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먼저 필요하다"며 "(공립병원에 대한) 재정투입과 의료서비스 수입의 안정성이 보장돼야 의사 연봉도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의사 고정급 비중 확대가 필요하단 게 중국 관련 당국의 시각이다. 디이차이징은 최근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의사의)기초 보수 등 안정적인 고정 소득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일 것'이란 점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잉 교수는 "보험 급여 개혁을 통한 의료비용 낭비 축소와 지역·병원·전공 간 의사 보수의 불균형도 해소돼 나가야 한다"며 "동일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의사들이라면 지역에 따라 과도한 격차가 있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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