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유대인 행사장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이후 호주 내 반유대주의가 가자지구 전쟁 이후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자관계인 총격범들은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추가공격을 몸으로 막은 시민 역시 무슬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호주 총리는 총기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15일(현지시간) 호주 언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45분쯤 시드니 본다이 해변 인근 공원인 아처파크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하누카' 기념행사에 무장한 남성 2명이 총격을 가해 이날까지 10세 어린이를 포함해 15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용의자 중 50세 남성도 사망했다.
이번 사건으로 호주 내 반유대주의 확산과 총기규제 문제가 다시 주목을 받는다.
호주의 질리언 시걸 반유대주의 근절특사는 이날 현지 A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일에는 항상 전조증상이 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하며 숨죽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지난해 7월 반유대주의 근절특사를 신설했을 만큼 호주에서 반유대주의는 사회문제가 됐다.
호주유대인집행위원회(ECAJ)가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0월1일부터 1년간 호주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사건은 2062건, 그 이후 올해 9월까지 발생한 사건은 1654건이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기 전엔 연평균 342건이었는데 가자지구 전쟁 이후 4배 넘게 늘었다.
수잔 러틀랜드 시드니대학교 히브리어 교수에 따르면 호주 반유대주의 역사는 '가장 오랜 증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뿌리 깊다. 현대에 들어서는 종교, 인종을 이유로 한 반유대주의가 극단적 민족주의, 백인우월주의와 뒤섞여 극렬로 치닫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을 계기로 폭력사건으로 비화해 지난 7월에는 멜버른 유대교 종교시설 방화와 유대인 식당 습격, 9월엔 백인우월주의단체의 멜버른 유대인 캠프 공격 등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의 총격범 2명은 부자 사이인 사지드 아크람(50)과 나비드 아크람(24)으로 이름이 현지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사지드 아크람은 1998년 호주로 왔지만 어느 나라 출신인지는 당국이 밝히지 않고 있다. 인종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나무 아래에서 장총으로 사격하던 총격범을 뒤에서 덮쳐 총기를 빼앗아 추가 피해를 막은 이의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데 '시민영웅'으로 불리는 그도 무슬림으로 시리아 출신의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43)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에 따르면 당시 그는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총격을 목격하고 총격범 제압에 나섰다. 그는 제압과정에서 팔과 손에 총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고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신원이 공개되기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용감한 무슬림의 행동을 보았다"고 경의를 표하는 등 각지에서 아흐메드의 행동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호주 수사당국은 총격범들의 집에서 총기 6정을 압수했다. 사망한 아버지는 총기소지 허가증을 갖고 있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사건 관련해 개인의 총기보유 수 제한, 정기면허 재검토 등 관련 법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