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에서 38억 달러(5조6000억원) 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랙스톤은 임직원 자금까지 동원해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을 소화했다. AI(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 분야 대규모 실직을 불러 경기 침체가 찾아올 것이란 위기 의식에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자사 대표 사모대출펀드(BCRED)와 관련해 펀드 지분의 7.9%에 해당하는 환매 요청을 수용했다. 액수로 따지면 38억 달러 규모다.
블랙스톤은 환매 요청을 소화하기 위해 분기별 환매 한도를 기존 5%에서 7%로 늘렸다. 나머지 0.9% 환매 요청은 블랙스톤 고위 임원들의 자금으로 충당했다. 고위 임원 25명 이상이 내놓은 1억5000만 달러(2200억원)에 회사 자본 2억5000만 달러(3600억원)를 보탰다.
블랙스톤 대변인은 "해당 분기의 모든 (환매) 요청을 100% 적시에 충족했다"며 "블랙스톤은 BCRED에 대해 확신을 갖고 투자자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펀드 설립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9.8%에 달했다"며 "투자자들에게 꾸준히 우수한 성과를 제공해왔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몇 분기 동안 여러 사모대출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증가했다"며 "이는 AI 때문에 사업에 차질을 빚을 위험이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금융당국들은 고위험 대출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은행들은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 대출에서 대거 철수했다. 그 빈자리를 블랙스톤 같은 펀드들이 사모대출을 통해 기업에 대출을 내줬다. 현재 전세계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1조8000억 달러(2630조원)로 추정된다.
사모대출에 나선 펀드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대출에 높은 비중을 뒀다. 소프트웨어 구독료를 통해 꾸준한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BCRED의 경우 포트폴리오의 4분의 1 이상이 AI, 소프트웨어 기업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AI로 인한 소프트웨어 기업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소프트웨어 기업 비중을 높인 게 악수가 됐다.
올해 초 AI 버블 우려를 키웠던 블루아울도 비슷한 경우다. 블루아울은 지난 1월 기술기업 대출에 특화된 블루아울 테크놀로지 인컴 펀드에 대한 환매 한도를 순자산의 5%에서 17%로 대폭 상향했다.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잇따르자 환매 한도를 올린 것이다.
지난달에는 블루아울 캐피털코프 II의 환매를 영구 중단을 발표했다. 이 펀드의 자산 규모는 16억 달러(2조3000억원)로 크지 않은 편이나 환매 중단의 여파는 상당했다. UBS그룹은 AI 위기론으로 인해 대출 시장에서 공격적인 변화가 나타날 경우 사모대출 부도율이 최대 1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 캐피털매니지먼트 공동설립자는 "지난 10년 간 사모대출시장이 크게 확장되면서 전문성이 매우 낮아졌다"며 "일부에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이 균열이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