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의 고용, 성장, 소비심리 등에 걸쳐 다양한 경제지표가 쏟아진 가운데 MCSI(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특히 주목받았다. 조사기간이 미국-이란 전쟁 시기와 일부 겹쳤기 때문이다. 이 지표의 기반이 되는 설문조사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9일까지 진행됐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후 전쟁이 이어지고 국제유가가 치솟는 상황이 반영됐다.
그 결과 이달 지표는 물론 앞으로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도 전월 대비 하락했다. 미시간대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이전에 완료된 설문에서는 전달 대비 소비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개전 이후 수집된 응답에선 소비심리가 악화, 초기에 집계된 개선분이 상쇄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치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발표됐다.
소비심리에 직격탄이 된 것은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이달 브렌트유 평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중동의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 4분기 브렌트유 평균가격도 93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상승한 원인으로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꼽힌다. 전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호르무즈해협 수송로가 막히면서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한시적 제재해제 등으로 원유공급량을 늘렸지만 가격상승은 막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9개 주요 항공사 중 스피릿항공의 지난주 국내선 편도 최저 공시가격은 193달러(약 29만원)로 1주일 전 약 86달러의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유나이티드, 델타 등 나머지 주요 항공사의 국내선 가격도 1주일 새 15~57%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이틀째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뉴욕증시도 짓눌렀다. 지난 1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지수는 0.61% 내린 6632.19,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이하 다우지수)는 0.26% 하락한 4만6558.47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 모두 올해 들어 최저수준이다. 나스닥종합지수는 0.93% 빠진 2만2105.36으로 마감했다. 엔비디아(-1.59%) 애플(-2.21%) 등 7개 대형 기술주,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국-이란 전쟁이 길어지면 미국 경제가 받는 충격도 더 깊어진다.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팟캐스트와 인터뷰에서 "관세와 (미국-이란) 전쟁으로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은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른바 'S의 위험'으로 불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되는 와중에 물가는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년 전 변덕스러운 관세정책으로 세계 경제시스템에 수류탄을 던졌다"며 "(올해는) 이란과 전쟁이라는 또다른 수류탄을 던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상승 △식료품 가격상승 △경기침체 △혼란이라는 4가지 대재앙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전쟁이 2주도 채 되지 않았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악영향이 막대하다"며 "미국은 전략비축유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 결과가 명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