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외교, 안보 정책을 책임졌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이란 간 종전 협정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두고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놀았다"고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합의의 지정학적 의미가 아니라 에너지 가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 국제유가를 낮추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유가에 집착한 탓에 협상 주도권이 이란에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국가안보와 국제유가 (안정화)를 맞바꾼 셈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볼턴 전 보좌관은 "기본적으로 그런 셈"이라고 답했다.
볼턴은 MOU 전문이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어떤 합의든 구체적 내용이 중요한데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완화 범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식 등 중요한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단한 합의였다면 이미 공개됐을 것"이라며 "이런 점이 (이번 합의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CBS 등 보도에 따르면 전날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MOU에 적힌 14개 합의 사항을 간략히 공개했다. IRGC 주장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최소 3000억달러(450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항목이 MOU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 징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반면 이란 측은 이번 종전 협정을 통해 미국 정부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권한을 공식 인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란 재건 기금 3000억 달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재건 기금 3000억 달러를 지불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라면서 한국·일본·유럽 기업들로부터 걷은 자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MOU 서명이 완료된 이후 전문을 공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인터뷰에서 볼턴 전 보좌관은 이란 신정정권이 무너지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100일 넘게 이어진 미국,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 신정정권이 붕괴됐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대해 볼턴 전 보좌관은 "지도부의 변화라고 한다면 이란 정권 지도부 400∼500명을 제거한 것 "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2선급 인사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람이 바뀌기는 했지만 (이란 정권이) 광신적이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란은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이래 56년 동안 줄곧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 그럴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란의 핵 무기 보유 의지도 꺾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외교, 안보 분야 강경파로 알려진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18개월 근무하다 경질됐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대이란 정책 등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것은 자신이라고 이듬해 출간한 회고록에서 밝힌 바 있다. 그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양보는 있을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의지를 꺾은 것으로 전해진다. 백악관에서 사임한 뒤에는 "대통령으로서 부적격한 인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꾸준히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