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매체가 한국 사회의 대일 인식과 친일 문제를 조명했다.
20일(현지 시간) 일본 아베마 타임즈(ABEMA TIMES)는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을 다루며 한국에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역사 문제에는 엄격한 시선이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하영은 한 국내 예능 방송에서 자신의 집안이 4대째 의사 가문이라며 증조부가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했다는 사실 등을 공개했다. 이후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1872~1927)로 알려졌고, 그가 일제강점기 친일 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하영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자필 사과문을 올려 "무지했다"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 이후 하영이 출연한 일부 광고 영상 등이 비공개되는 등 파장도 이어졌다.
일본 매체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와 동시에 최근 한국인의 대일 인식에는 과거와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음에도 역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국에서 일본을 향한 비판적 여론이 강해지는 이유를 짚었다.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학교 교수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그의 증조부가 여러 '친일 행위'를 했다는 것은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친일 행위의 책임을 후손에게까지 묻는 데 대해서는 한국 사회에서도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일 행위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그 행위를 한 본인에게 한정돼야 하며 가족이나 후손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란 논조 역시 뿌리 깊다"고 말했다.
하영을 향한 비판이 커진 데에는 단순히 '친일파의 후손'이란 사실만 작용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 일부 친일 인사들이 일본에 협력한 대가로 토지를 받거나 재산을 축적했다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 남아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하영 씨가 '우리 집은 부유하고 좋은 가문'이란 취지로 이야기했는데, 그 부와 지위가 친일 행위로 축적한 재산의 결과가 아니냐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국 젊은 세대의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지금 젊은이들은 일본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동시에 '그래도 역사 인식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사안별로 자유롭게 생각한다"며 "과거처럼 정치권이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매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친일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민감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봤다. 결국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가 높아지고 한일 간 문화 교류가 일상화됐지만, 식민지 지배와 친일 문제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와 별개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