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석유 탐내는 트럼프…'60년 역사' OPEC 탈퇴 카드까지

정혜인 기자
2026.08.28 10:37

"美, 베네수와 '매장량 900억배럴' 유전 지분 거래 협상"
"베네수, 미국과 회담서 OPEC 탈퇴 가능성도 논의"…
OPEC 영향력 약화 속 美 에너지 지배력 확대 노리는 듯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급변한 양국 관계를 바탕으로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자원을 미국의 에너지 전략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현지 유전 지분 확보를 위한 대규모 거래를 협상 중이고,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석유를 고리로 밀착할 경우 OPEC 중심의 기존 석유 시장 질서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27일(현지시간)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와 유전 지분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협상이 체결되면 미국이 세계 최대 매장량으로 확인된 베네수엘라 원유 자원을 확보해 미국의 매장량을 2배 이상 확대하는 역사적인 합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이번 협상을 대형 거래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족하다. 그야말로 엄청난 거래"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팔콘주 푼토 피조에 위치한 파라과나 석유 정제 단지 내 아무아이 정유 시설. /AFPBBNews=뉴스1

보도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 이번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아직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거래 대상으로 언급되는 건 확인매장량 약 900억배럴을 보유한 생산 유전 10여 곳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유전들은 현재 기소된 인물들을 포함해 과거 베네수엘라 정권 내부 인사들이 장악하고, 한때 중국이 통제했던 지역이라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베네수엘라의 전체 확인매장량은 3000억배럴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에 유전의 지분을 넘기는 대가로 미국 기업을 포함한 민간 기업들의 유전 개발 투자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석유 판매 수입을 늘리는 혜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해 축출하기 전부터 베네수엘라 유전 지분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번 거래는 서반구에서 에너지 주도권과 안보를 강조하며 이른바 '돈로 독트린'을 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적 업적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네수 OPEC 탈퇴 검토…유가 전쟁 재현 우려·트럼프에겐 기회"

베네수엘라는 자국 유전 지분을 미국에 넘기는 데 이어 OPEC 탈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 관리들과의 회담에서 OPEC 탈퇴 가능성을 논의했다"며 "최종 결정은 아직"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뉴스1

베네수엘라의 OPEC 탈퇴가 현실화하더라도 당장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세계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의 제재와 장기간 경제위기로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지난 7월 하루 116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10년 전 생산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생산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원유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

문제는 '탈퇴' 자체가 상징하는 파장이다. 베네수엘라는 1960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와 함께 OPEC을 창설한 5개 원년회원국 중 하나다. 만약 탈퇴가 현실화하면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올해 들어 회원국의 두 번째 이탈 사례가 된다.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대표는 앞서 UAE 탈퇴 당시 "'석유 카르텔' OPEC 결속력이 무너져 시장 영향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OPEC 결속력 약화가 산유국 간 시장 점유율 경쟁 격화와 '유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국이 감산을 통한 유가 방어보다 생산량 확대를 통한 점유율 확보를 우선하면 공급 과잉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 2020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감산 합의에 실패하며 원유 증산 경쟁에 나섰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 급감과 맞물려 4월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37.63달러)권까지 떨어진 바 있다.

반면 OPEC 결속력 약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중동 산유국들의 영향력 약화 속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 자원을 앞세워 글로벌 원유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 베네수엘라의 산유량 확대가 국제유가 안정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의 에너지 비용과 물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 강화 전략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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