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자산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거액을 후원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내 거액 기부자 20명 중 16명이 공화당 선거캠페인에 자금줄을 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선거 주기에 미국 정당이 모금한 280억달러(약 3조8713억원) 중 3분의 1 이상이 상위 20대 거액 기부자로부터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암호화폐·도박 규제 완화를 추진하거나 인공지능(AI) 산업을 홍보하는 후보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AI 사업이나 월가의 금융업으로 부를 일군 자산가들이 상위 20대 기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민주당 후원자는 1990년대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가 유일했다. 그는 1억200만달러(약 1413억원)를 후원해 1위로 자리매김했다.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를 세운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는 9620만달러(약 1310억원)을 기부해 2위에 올랐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투자자로 알려진 제프 야스는 9130만달러(약 1240억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9050만달러(약 1230억원)로 뒤를 이었다.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간 후원금 격차가 유독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덤 보니카 스탠퍼드대 정치학자는 "거액 기부자들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번 선거의 경우 그 균형이 특히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핵심 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슈퍼팩)를 활용해 상·하원 선거에 자금을 투입하거나 예비선거 단계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예컨대 켄 그리핀 시타델 CEO는 여러 경로를 통해 전국 각지의 선거에 개입해왔다. 특히 그는 와이오밍·테네시주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한 슈퍼팩 '파이팅포와이오밍'과 '아메리칸패트리어츠'의 큰 손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업계 슈퍼팩인 페어셰이크는 개인 투자자로부터 9900만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코인베이스·리플·앤드리슨호로위츠 등 소수의 기업·투자자가 주요 기부자였다. 암호화폐 기업가인 캐머런·타일러 윙클보스 형제는 약 1100만달러를 정치 후원금으로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페어셰이크는 일리노이·앨라배마·텍사스 등에서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6500만달러를 지출할 수 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성향의 정치활동위원회 마가(MAGA Inc.)에는 수백만 달러씩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마가는 현재 4억달러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중간선거에서 텍사스·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 등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공화당 예비 후보를 위해 1080만달러를 지출했다.
공화당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에 뒤처지고 있지만, 선거 후원금에서는 앞서는 상황이다. FT는 "2024년 대선 당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트럼프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모금하고 지출했음에도 패배했던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