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머니투데이 명예회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과 '시대동행' 대담을 갖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신연대(New Solidarity)와 새로운 세계 질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백 명예회장은 바웬사 전 대통령이 체류하고 있는 폴란드 남서부 하부실레지아주 롱데크 즈드로이를 방문해 1시간여의 대담에서 최근 불거진 민주주의의 위기와 양극화, 미국 우선주의로 인한 가치 동맹의 훼손,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이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1980년대 폴란드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을 이끌며 동구권 최초의 독립 자주 노조 '솔리다리티(연대)'를 창설한 인물로 198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폴란드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다.
백 명예회장은 먼저 바웬사의 솔리다리티 운동이 폴란드 민주화와 동유럽 체제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오늘날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국제적 갈등과 정치적 양극화, 권위주의의 부상, 자본주의가 초래한 빈부격차 등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세계는 이미 국가 단위의 성장만으로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며 "과거 국가들은 영토를 확대하고 힘을 이용해 성장했지만 오늘날에는 기술과 경제의 발전 속도가 국가가 제도를 만들고 통제하는 속도를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을 넘어 대륙 또는 글로벌 차원에서 문제를 관리할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솔리다리티 운동 당시에는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공동의 가치가 존재했지만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뒤에는 세계를 하나로 묶을 공통의 가치가 약해졌다며 새로운 질서의 핵심에는 '자유'와 '시장경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백 명예회장은 바웬사의 과거 솔리다리티 운동을 오늘날에 적용한 '신연대'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백 명예회장은 "자유 시장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법치 등 민주주의 가치를 공감하는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1980년대 노동자들이 솔리다리티를 통해 자유화를 이뤘듯 오늘의 시민들이 결집한 힘을 보여준다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1980년대 대통령께서 주장하신 연대 정신의 새로운 구현인 '신연대(뉴솔리다리티)'라고 부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과거 솔리다리티가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는 운동이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과거의 운동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세계에 맞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백 명예회장이 제안한 '연대와 시민 결집'에 덧붙여 '글로벌 차원의 제도와 관리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가치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백 명예회장은 최근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관세 정책 등을 통해 기존 동맹국을 곤란한 처지로 몰아넣는다며, 폴란드의 국민작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가 말한 '쿠오 바디스(Quo Vadis)'를 인용해 세계질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려를 표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없으며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정책 등이 세계가 통합과 협력으로 나아가는 흐름과 반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현재 정책으로 세계 발전이 약 10년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법도 모색했다. 백 명예회장은 "대한민국은 북한과 극한적인 군사 대립을 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와 접해 있는데 통일을 위해서는 주변 국가와의 협력도 필요하다"는 한반도의 현실을 전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해법보다는 남북한 사이의 경제·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남한과 북한의 발전 수준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양측의 격차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균형을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역시 유럽이 걸어온 협력과 통합의 방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반도의 통일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