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의 성장 둔화 우려에도 관련 빅테크 기업 주가가 21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한 배경에 역설적으로 'AI 속도조절론'이 있다는 평가다. 월가에서는 AI 안전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컴퓨팅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반도체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간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메타의 주가는 전일 대비 11.34% 오른 741.25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달 초 메타가 출시한 '뮤즈 AI 에이전트'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1위에 오른 영향이 컸던 걸로 분석된다. 메타 신규 AI 에이전트의 초반 성공 신호는 에이전트형 AI를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이날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의 주가는 약 10% 급등,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하며 장을 마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메타는 AMD 매출의 약 5.5%를 차지하는 두 번째로 큰 고객사다. 이번 상승으로 AMD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브로드컴, TSMC, 엔비디아에 이어 시가총액 1조 달러 이상을 기록한 반도체 기업 반열에 합류했다.
이밖에 이날 뉴욕증시에선 인텔(12%) 암 홀딩스(17%) 등이 상승했다. AI 반도체 수요에 관한 낙관론 외에도 이란과의 전쟁 종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속에 유가가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인 점이 증시를 뒷받침했다.
AI 기술이 발생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나 위험을 막기 위해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우려 속에서도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앞서 AI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까지 발전,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대두됨에 따라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빅테크 수장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는 가파르게 성장하던 AI 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반면 월가에서는 이와 상반된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첨단 AI 시스템의 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는 훨씬 더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할 것이며, 이러한 발전은 AI 하드웨어 수요를 더욱 자극할 것이란 분석이다. 씨티 리서치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개발사들은 AI 안전 관련 프로세스 자체가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소모한다고 밝혔다"고 분석했다. 엄격한 안전 규제가 인프라 지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와 대비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제프리스의 재키 허 애널리스트는 투자 메모에서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들에게 더 광범위하게 도입됨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추론과 프로세스 조율, 인프라 부하 처리 과정에서 서버용 CPU 수요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