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규칙 美·中이 정하고 우린 메뉴 되나"…불안 커진 유럽 '초긴장'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9.28 13:43

[미중 정상회담]

(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공항에서 영접했다. 2026.9.2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대화 채널을 만들기로 하면서 유럽의 고민이 깊어졌다. 유럽이 향후 글로벌 AI 규칙을 좌우할 협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 주석을 이례적으로 환대한 것도 중국과 무역 갈등을 벌이고 있는 유럽의 불안감을 키웠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안정된 데 대해서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양국이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면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단기 불확실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가까워질 경우 유럽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까지 미중 양자 협상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경계감 역시 커졌다. 대표적인 분야가 AI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AI 관련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소통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했다. AI의 위험과 이익을 논의하고 오남용을 막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오는 11월에는 별도의 AI 대화도 진행할 예정이다.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간 협상에서도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AI 사고가 발생할 경우 서로 알리는 소통 메커니즘을 논의했다. 양국이 AI 개발이나 규제의 세부 사안에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AI 안전 논의가 정상 차원의 소통을 거쳐 정례적인 협의 틀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럽이 우려하는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유럽은 그동안 'AI법' 등을 앞세워 글로벌 AI 규제의 주도권 확보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앞으로 미중 간 논의가 AI 안전 기준이나 국제 규범 설정으로 확대될 경우 유럽이 정작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본 유럽 지역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AI 거버넌스의 핵심 쟁점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누가 규칙을 만들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언 에르난데스 유럽정책센터(EPC) 정책분석가는 "미중이 AI 안전 기준이나 관련 합의를 양자 간에 논의할 경우 유럽이 그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지 않다면 당신은 (협상 테이블의) 메뉴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미중 개선될수록 중국은 유럽과 타협할 이유 줄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보여준 이례적 환대도 유럽의 경계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시 주석이 워싱턴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하자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직접 활주로에 나가 영접했다. 30m가량의 레드카펫이 깔렸고 미군 의장대와 B-1 폭격기 비행까지 동원됐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의 전용기 앞까지 직접 나가 맞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백악관 공식 환영행사와 국빈만찬 등 방미 기간 내내 높은 수준의 의전이 이어졌다.

노아 바킨 로디엄그룹 중국 부문 선임고문은 "유럽연합(EU)이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워싱턴에서 극진한 환대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EU로서 불안한 일"이라며 "미중 관계가 개선될수록 중국 입장에서는 유럽과의 무역 현안에서 타협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입김이 커질 수 있단 점도 유럽으로선 부담이다. 바킨 선임고문은 "이번 시 주석의 방미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오는 12월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초청한 점까지 감안하면 유럽은 상당히 외톨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당장 다음 달엔 EU와 중국의 무역협상이 예정돼 있다. 마크 줄리엔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은 "미중 관계의 안정은 유럽에도 도움이 된다"면서도 "유럽은 새로운 무역 갈등의 격화뿐 아니라 유럽의 희생을 대가로 한 전례 없는 미중 관계 밀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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