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걸려든 소모전의 덫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6.10.03 05:48
[편집자주]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했던 나디아 섀드로우는 포린어페어스 9월 18일자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전혀 준비하지 못했던 소모전의 덫에 걸려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늘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미국 지도자들은 단기전만을 준비해왔고, 이에 따라 상대방은 어떻게든 전쟁을 길게 끌어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어야 했는데, 현재의 전쟁양상은 '긴 전쟁' 즉 소모전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서방은 공산권 붕괴 이후 기존의 방위산업을 해체하고 평화시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에 따라 무기 재고를 포함해 긴 전면전을 치를 역량을 준비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드론전의 등장 이후 전쟁은 약한 방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미국이 기존에 준비한 힘으로 짧은 시간에 상대방의 전쟁 의지를 꺾어놓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기고문의 요체는 간단합니다. 전쟁 방식이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즉, 1차 세계대전 당시 지리하게 이어지던 참호전을 전차(tank)의 등장이 허물었듯 미국 등 강대국은 드론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참호전 내지 소모전을 무력화시킬 새로운 전쟁 기술을 어떻게든 찾아내려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런 전술적, 기술적 돌파구가 열리기 전까지는 어쩔수없이 소모전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미국은 동시에 두 가지를 해나가야 합니다. 소모전에 적응하기, 그리고 소모전을 돌파하기입니다. 한국 역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면밀히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2026년 2월 27일 금요일,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CVN 72)의 비행갑판에서 미 해군 장병들이 탄약을 옮기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가 제공한 미 해군 사진. /사진=AP/뉴시스

소모전(消耗戰)은 오늘날 분쟁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은 어느 쪽이 상대의 군사 역량과 경제적 자원, 정치적 의지를 먼저 고갈시킬 수 있는지를 놓고 벌이는 지리한 싸움이 됐다. 물론 두 전쟁은 각각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니지만 이렇게 비슷한 궤적을 보이는 것은 오늘날 전쟁이 전개되는 방식에 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포병 부대는 포를 보유하고 표적의 위치도 파악했지만, 발사할 포탄이 없는 상황을 거듭 겪었다.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드론을 개발해도 몇 주 안에 러시아의 대응책이 등장해 잠시 누렸던 우위를 무력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란에서는 미국이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지하 깊숙이 묻힌 핵시설을 파괴했지만, 애초에 그 무기들을 위협으로 만든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 각각의 양상은 국가들이 갈수록 소모전 전략을 선택하거나 소모전에 갇히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서로 다른 간극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국가가 서류상 보유한 군사 역량과 실제로 투입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전력 사이의 간극이다. 두 번째는 전통적인 전쟁 원칙과 현대 전장 사이의 간극이다. 현대 전장은 새로운 군사 기술로 인해 결정적인 돌파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세 번째는 군사적 수단과 그것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치적 목적 사이의 간극이다.

이러한 불일치들이 결합되면서 전쟁은 소모전으로 향한다. 국가가 적을 압도할 만큼 충분한 군사 역량을 만들어내고 다시 보충할 수 없을 때 전쟁은 지구력을 시험하는 싸움이 된다.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지면 점진적인 성과를 추구하면서 적의 역량을 꾸준히 파괴하는 전략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또 교전 당사자들의 정치적 최종 목표가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극단적일 경우, 자신이 항복하지 않는 한 상대에게 비용을 계속 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일 수 있다.

미국에는 이것이 특히 어려운 과제를 제기한다. 미국 지도자들이 갈수록 짧고 결정적인 군사작전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분쟁을 장기화하는 데서 이점을 찾는 적들과 점점 더 자주 맞닥뜨릴 수 있다. 미국이 소모전을 선택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적이 소모전을 선택하는 전쟁에서 싸워 승리할 준비는 갖춰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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