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전(消耗戰)은 오늘날 분쟁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은 어느 쪽이 상대의 군사 역량과 경제적 자원, 정치적 의지를 먼저 고갈시킬 수 있는지를 놓고 벌이는 지리한 싸움이 됐다. 물론 두 전쟁은 각각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니지만 이렇게 비슷한 궤적을 보이는 것은 오늘날 전쟁이 전개되는 방식에 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포병 부대는 포를 보유하고 표적의 위치도 파악했지만, 발사할 포탄이 없는 상황을 거듭 겪었다.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드론을 개발해도 몇 주 안에 러시아의 대응책이 등장해 잠시 누렸던 우위를 무력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란에서는 미국이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지하 깊숙이 묻힌 핵시설을 파괴했지만, 애초에 그 무기들을 위협으로 만든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 각각의 양상은 국가들이 갈수록 소모전 전략을 선택하거나 소모전에 갇히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서로 다른 간극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국가가 서류상 보유한 군사 역량과 실제로 투입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전력 사이의 간극이다. 두 번째는 전통적인 전쟁 원칙과 현대 전장 사이의 간극이다. 현대 전장은 새로운 군사 기술로 인해 결정적인 돌파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세 번째는 군사적 수단과 그것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치적 목적 사이의 간극이다.
이러한 불일치들이 결합되면서 전쟁은 소모전으로 향한다. 국가가 적을 압도할 만큼 충분한 군사 역량을 만들어내고 다시 보충할 수 없을 때 전쟁은 지구력을 시험하는 싸움이 된다.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지면 점진적인 성과를 추구하면서 적의 역량을 꾸준히 파괴하는 전략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또 교전 당사자들의 정치적 최종 목표가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극단적일 경우, 자신이 항복하지 않는 한 상대에게 비용을 계속 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일 수 있다.
미국에는 이것이 특히 어려운 과제를 제기한다. 미국 지도자들이 갈수록 짧고 결정적인 군사작전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분쟁을 장기화하는 데서 이점을 찾는 적들과 점점 더 자주 맞닥뜨릴 수 있다. 미국이 소모전을 선택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적이 소모전을 선택하는 전쟁에서 싸워 승리할 준비는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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