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빛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제어하는 '광유전학' 연구 공로를 세운 이들에게 돌아갔다.
5일(현지시간)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피터 헤게만 독일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금은 1200만스웨덴크로나(약 16억원)로 지난해보다 100만크로나 더 올랐다. 수상자 3인은 해당 상금을 3분의1씩 동등하게 나눠 갖게 된다.
광유전학은 유전공학과 광학 기술을 결합해 살아있는 동물 모델에서 특정 뇌세포 혹은 뇌 회로의 기능을 빛을 이용해 제어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빛에 반응하는 이온채널과 같은 광감응성 단백질을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특정 뇌세포에 발현시키면,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해당 신경세포군 혹은 뇌 회로의 활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헤게만 교수와 나겔 교수는 단세포 조류로부터 독특한 특성을 지닌 단백질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해당 단백질을 어떤 세포에 넣든 그 세포가 빛에 반응한단 사실을 발견해냈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쥐의 신경세포에 도입한 뒤 청색광을 비춰 신경 신호를 발생시키는 연구에 성공했다. 이후 빛으로 신경세포를 제어하는 '스위치'가 살아 있는 생쥐의 뇌에서도 작동하도록 구현했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지난해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선정하는 제1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광유전학의 출발점은 미생물이 빛에 반응하는 원리를 밝힌 기초연구에서 비롯됐다. 연구진은 이를 신경세포에 적용해 살아 있는 동물의 특정 회로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도구로 발전시켰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이번 수상의 가장 큰 의미는 살아 있는 뇌에서 특정 신경세포를 빛으로 정밀하게 켜고 끌 수 있게 함으로써, 뇌 기능을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로 규명할 수 있게 했단 점"이라며 "광유전학을 통해 기억·감정·수면·운동 등을 담당하는 신경회로 기능을 직접 검증할 수 있게 되면서 신경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이 기술의 중요성은 신경 활동과 행동의 상관관계를 관찰하는 데서 나아가 특정 회로의 기능을 직접 시험할 수 있게 했단 점에 있다"며 "어떤 신경세포를 작동시켰을 때 특정 행동이 나타나는지, 그 활동을 억제하면 행동이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면서 신경회로와 기능의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억과 감정, 보상, 운동 등 복잡한 뇌 기능을 연구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광유전학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며 신경과학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 간질,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발생 기전을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과 신약 후보 검증에 활용되고 있다. 망막색소변성 환자의 남아 있는 망막 신경세포에 빛 감지 능력을 부여하는 치료 연구가 진행되면서 일부 시각 기능의 회복도 보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