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경유, 제재 선박에 실려 러시아로"…우크라 "제재와 상반" 비판

정혜인 기자
2026.10.07 06:35

가디언 "한국산 석유제품, 14차례 걸쳐 러시아로 향해"
"8월 러 석유제품 수입, 전쟁 이후 월간 최고…韓 비중 2위"

러시아 인근 해협을 항해 중인 유조선 /로이터=뉴스1

한국산 석유제품이 제재 대상 선박에 실려 러시아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공개를 두고 한국 정부와 대립 중인 우크라이나는 한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정책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섰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데이터 분석을 인용해 지난 7~8월 유조선 7척이 울산, 여수 등 한국의 여러 항구에서 석유제품 17만6000톤을 싣고 14차례에 걸려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급된 석유제품은 대부분 경유였고, 선박 7척 중 3척은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이었다. 일부 선박은 한국 당국이 최종 목적지를 일본, 싱가포르 등으로 신고한 뒤 러시아로 향했다고 한다.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 등의 제재 대상인 '레일라호'는 7월19일과 8월10일 울산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2차례 항해해 총 5만7000톤의 경유를 운송했다. 이 선박은 첫 항해에서 목적지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신고했지만, 2번째 항해에선 목적지를 일본 니키타로 신고한 뒤 러시아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유조선인 아스토리아호는 8월1일 울산항에서 1만1000톤의 경유를 싣고 목적지를 일본으로 신고한 뒤 블라디보스토크로 갔다. 제재 선박 청천호는 입항하지 않은 채 8월 초 여수항 인근에서 제재 대상이 아닌 유조선 '셀레스트 1호'로부터 2만6000톤의 경유를 바다 위에서 옮겨 실은 뒤 목적지를 싱가포르로 허위 신고한 뒤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

핀란드 싱크탱크인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가 해운정보업체 케이플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8월 해상을 통해 36만8000톤의 석유제품을 수입했다. 이는 전월 대비 7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월간 기준 최고 기록이다. CREA는 "러시아의 8월 석유제품 수입 중 한국산은 11만2000톤(31%)으로 인도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적 회복에 기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며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대러 수출 통제의 이행 상황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있으며 필요시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앙카라=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7월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6.07.08. suncho21@newsis.com /사진=뉴시스
"韓, 대러 제재·우크라 지원 무력화"…우크라, 공개 비판

가디언은 "한국 항만의 선적 물동량은 지난 7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한국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1억달러(약 134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시점과 맞물린다"고 짚었다. CERA의 아이작 레비 연구원은 "EU 제재 대상 유조선들이 한국 항구에서 연료를 실어 러시아로 날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이는 대러 제재 체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한국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제재 담당 보좌관인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서 가디언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이 취해온 제재 정책과 상반된다"고 비판했다. 블라시우크는 "한국의 이런 공급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러시아 내 연료 부족이 발생한 시점에 시작됐다"며 "사실상 한국의 수출이 러시아의 정제능력 손실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전장에서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송환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측은 SNS에 "합의는 없었다"고 반박했고 청와대는 우크라이나 측에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