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엔비디아 칩 구매를 위해 400억달러(약 53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이스X는 대규모 반도체 주문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 대출로 100억달러(13조4000억원), 채권 발행으로 300억달러(40조188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번 자금 조달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주도할 예정"이라며 "아폴로는 스페이스X가 발행한 채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채권 운용사 핌코 등이 자금 조달 참여를 논의 중이고, 2027년 거래 완료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등급 중 두 번째로 낮은 등급인 BBB로 보험사, 연기금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FT는 스페이스X의 이번 조달 계획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막대한 자금 흐름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스페이스X와 엔비디아 간 협력이 한층 강화할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머스크는 지난 8월 스페이스X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 기반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하며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FT는 스페이스X의 높은 자본지출, 부채 증가 등에 대한 우려로 채권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나스닥 상장 2주 만에 2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외부 자금을 조달했는데, 당시 발행한 채권 가격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액세스에 따르면 2056년 만기 스페이스X 회사채 액면가는 1달러당 약 85센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채권수익률(금리)은 미국 국채보다 약 2.27%포인트 높아 불량채권과 비슷한 수준이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인다.
FT는 신사업의 구체적인 계획 등 머스크의 제한적인 재무 정보 공개로 스페이스X 채권 투자 매력이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한 투자자는 "스페이스X의 칩 구매 자금 조달 참여를 위해 사측과 접촉했다. 그런데 스페이스X는 두 장짜리 짧은 거래 설명서만 전달했다"며 "설명서에는 스페이스X가 화살표로 표시된 '우주 어딘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거래 설명서를 받은 뒤 "이걸 어떻게 투자위원회(IC)에 보고하라는 건가"라고 반문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스페이스X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0.49% 상승한 171.94달러를 기록,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주가는 앞서 2거래일 연속 7% 이상 급등했다. 미 포브스에 따르면 이번 급등으로 머스크의 순자산 가치는 1조460억달러로 늘어 3개월 만에 다시 조만장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