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현실판…휴머노이드 로봇, 용광로 번지 점프 '은퇴식' [영상]

이지웅 기자
2026.10.07 15:45

아놀드 슈워제네거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

/사진=피겨AI 유튜브
/사진=피겨AI 유튜브

#검은색 휴머노이드 로봇이 쇠사슬을 붙잡은 채 붉게 타는 용광로 속으로 천천히 내려간다. 뜨거운 열기에 발부터 불길에 휩싸이고 로봇은 마지막 순간 엄지 손가락마저 녹아 내리며 최후를 맞이한다.

영화 '터미네이터' 속 장면이 현실에서 재연됐다. 한 휴머노이드가 이처럼 용광로에 뛰어들었다. 뒤이어 다른 로봇들도 공중제비를 돌거나 뒤로 떨어지는 등 다양한 형태로 쇳물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겨AI(Figure AI)'는 구형 모델 '피겨02'의 퇴역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피겨AI가 구형 모델이 된 피겨02를 폐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진=피겨AI 유튜브

피겨AI는 후속 모델 피겨03 생산이 늘어나면서 기존 피겨02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사라졌다. 문제는 폐기 방법이었다. 피겨02에는 기업이 자체 제작한 액추에이터 등 핵심 지식재산이 들어 있어 일반적인 방식으로 처분하기 어려웠다. 직원들이 직접 로봇을 분해할 순 있지만, 이후 출시할 모델 피겨04 개발에 투입할 시간과 인력이 줄어들 수 있었다.

지난 8월 19일, 피겨AI 최고경영자(CEO) 브렛 애드콕은 SNS(소셜미디어) X 계정에 피겨02의 퇴역 방식을 묻는 글을 올렸다. '터미네이터'로 잘 알려진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녹여버려(melt them)"라고 답했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이후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피겨AI는 단순히 로봇을 용광로에 집어넣는 대신 영화의 장면처럼 로봇 스스로 쇳물 속으로 뛰어들게 하기로 했다.

피겨AI CEO 브렛 애드콕 X 계정. /사진=피겨AI 홈페이지
/사진=피겨AI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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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은 쉽지 않았다. 용광로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피겨AI가 연락을 취한 미국과 멕시코의 주조업체들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로봇을 고가의 설비에 집어넣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허락을 받아낸 곳은 핀란드 이마트라의 한 주조공장이었다.

이후 이들은 스턴트 전문가의 움직임을 참고해 용광로로 정확히 뛰어들기 위한 새로운 AI 모델을 훈련시켰다. 또한 미국 산호세 본사에 대형 에어백을 설치하고 실제로 로봇이 건물 2층에서 뛰어내리는 훈련을 반복했다.

/사진=피겨AI 홈페이지

현장에서 주어진 시간은 24시간뿐이었다. 75톤급 전기로의 용해 작업은 6차례로 제한됐고, 회차당 로봇을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약 20분, 쇳물 표면이 식기 전에만 가능했다. 전기로의 강한 열과 전자기장 탓에 촬영장비 등 일부 전자기기가 고장 나기도 했지만 피겨02는 학습한 동작을 정확히 수행해 쇳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번에 '은퇴'한 피겨02는 피겨AI가 연구실 밖으로 내보낸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BMW 미국 스파턴버그 공장에 11개월간 투입돼 1250시간 이상 가동했고 9만개 넘는 부품을 옮기며 BMW X3 3만대 이상 생산에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는 피겨03 설계에도 반영됐다.

피겨AI는 녹인 피겨02의 금속을 다시 미국으로 보내 한정판 기념품으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MW 공장에 투입돼 작업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02의 모습. /사진=피겨AI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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