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美 정치, 살해협박·신변위협 일상…경호 등 보안비용 4배↑

조유정 기자
2026.10.13 11:51

[美 중간선거]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2025.11.6. /사진=성시호 shsung@

11월 3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살해 위협을 비롯한 각종 폭력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미국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최소 70명, 하원의원 최소 185명, 주지사 최소 44명이 폭력 위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직자들의 우편함과 사무실, 음성사서함,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끊임없이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 공직자들은 인터뷰에서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사 슬롯킨 민주당 상원의원(미시간)은 지난해 11월 다른 의원 5명과 함께 미군 장병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의 위법한 명령을 따를 의무가 없다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의원들을 '반역자'로 비난한 뒤 슬롯킨 의원에게 협박이 쏟아졌다.

누군가 슬롯킨 의원 부모의 집에 남성이 아내를 살해하고 있다는 허위 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슬롯킨 의원은 NYT에 "저는 이런 일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제 가족과 참모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때 '친트럼프' 진영을 대표하던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하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뒤 본인과 가족을 겨냥한 협박에 시달렸다. 그린 전 의원은 끝내 하원의원직에서 사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가족에 대한 위협을 알렸지만 "당신 잘못이다. 자업자득"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인을 향한 폭력 위협이 가족에게까지 번지면서 일부 공직자는 자택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경호원을 고용하는 등 신변 보호에 나서고 있다. 자녀를 전학시키거나 거주지를 옮기고, 일상적인 외출 시간과 경로를 바꾸는 사례도 나타났다.

선거운동 풍경도 변화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야외 유세를 줄이는 한편, 유세장 사전 보안 점검과 참석자 몸수색, 금속탐지기 설치 등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후보는 핵심 참모진에 안전을 책임지는 경호 담당자를 포함시켰다.

정치권의 경호 및 보안 비용도 급증했다. 선거자금 기록에 따르면 2017~2018년 후보당 평균 600만달러(약 80억원)였던 보안 관련 지출 금액은 올해 8월1일 기준 2500만 달러(약 335억원)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이는 후보자들이 개인적으로 부담한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NYT는 인터넷의 익명성과 정치적 양극화, 정치인들이 미국인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뿌리 깊은 여론 등이 폭력 위협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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