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5조달러(약 6695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그동안 반도체 대장기업 엔비디아만 세운 기록이지만 애플이 사상 두 번째가 됐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결과 애플 시가총액은 5조5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기록은 지난 8월 말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존 터너스가 새 CEO에 취임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나온 것이다. 애플은 앞서 장중에만 여섯 차례 5조달러를 넘었지만 종가로 이 선을 지킨 적은 없었다.
애플이 장중 처음 5조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7월 28일이다. 당시 주가는 장중 1.8% 오른 342.8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340.08달러에 마감해 시총은 5조달러 선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 13일 주가는 장중 사상 최고가인 348.15달러를 찍었으나 종가 기준 시총은 4조9800억달러에 머물렀다. 두 달 반 동안 5조달러를 넘나들면서 결국 종가기준 돌파에 성공한 것이다.
애플의 회계연도 3분기(4~6월) 매출은 1094억달러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아이폰·맥·서비스 매출이 모두 6월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애플은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경쟁사들과 달리 대규모 설비투자를 억제하면서 아이폰 등 기기 판매와 고수익 서비스 사업에 집중해왔다.
아이폰, 맥,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메모리 및 스토리지 칩 비용은 데이터 센터의 수요로 인해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치솟았다. 이에 애플은 가격이 인하되는 것이 일반적인 구형 아이폰 모델을 포함해 전체 기기 라인업의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오히려 첫 번째 가격 인상 물결 이후 애플 주가는 25% 급등했다.
왐시 모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애플 기기 구매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마진이 하락하더라도 애플이 전체 이익을 유지하거나 그 이상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애플의 새로운 폴더블 아이폰 '듀오'가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시리 AI가 아이폰 업그레이드를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외신들은 팀 쿡의 뒤를 잇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가 15년동안 CEO로 재임할 동안 애플의 시가총액은 13배로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쿡 CEO 당시 연간 아이폰 판매량을 거의 4배로 늘렸고, 연간 100억 달러 규모였던 고수익 서비스 사업을 1000억 달러 이상으로 키워냈다. 또한 애플 워치와 에어팟을 출시해 이 두 제품만으로 연간 3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AI는 오랫동안 애플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져 왔다. 자체 프런티어 모델 구축에 실패했고, 시리 비서 역시 경쟁사들에 비해 한참 뒤처졌다는 게 WSJ의 평가다. 게다가 애플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오픈AI가 AI 기반 기기 제품군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오픈AI는 기기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애플 직원 수백 명을 스카우트했다. 이에 대응하여 애플은 7월 오픈AI를 상대로 영업비밀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WSJ는 "AI는 터너스가 자신의 족적을 남길 격전지가 될 수 있다"며 "애플의 새로운 혁신과 성장의 시대를 열어갈지 아니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정의해 온 기업의 지위를 마침내 잃게 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