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서 내려야 하나"…스페이스X와 합병, 주주 계산서 따져보니

김종훈 기자
2026.10.22 14:41

[스페이스X·테슬라 합병추진]스페이스X, AI 부문 자본지출 폭증…
기존 테슬라 주주들, 의결권 줄고 자본지출 부담은 함께 져야할 수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사진=뉴시스 /사진=유세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불지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이 테슬라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스페이스X가 AI(인공지능) 사업에 쏟아붓는 자본지출(CAPEX) 부담이 테슬라 주주에게 옮겨 간다는 평가가 핵심이다. 머스크 CEO가 막강한 지배력을 쥔 스페이스X 아래서 기존 테슬라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발표한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이번 분기 AI 부문 CAPEX는 164억4400만달러로 우주 부문(38억3200만달러)과 통신 부문(42억4200만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스페이스X, AI 투자가 테슬라의 두 배 넘어


올해 1~9월로 기간을 넓히면 AI 부문 CAPEX는 399억9500만달러로 전년 동기(80억7700만달러)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CAPEX는 130억1400만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지출한 것.

브렛 존슨 스페이스X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4분기 회사 CAPEX가 350억~4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주요 용처로 든 것으로 볼 때 AI 부문 CAPEX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기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지금과 같은 규모로 CAPEX가 늘어난다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양사 합병이 테슬라 주주에게 이익이 되겠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포춘은 스페이스X 상장 직전인 지난 5월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를 분석하면서 "스페이스X는 (투자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주식 추가 발행과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스페이스X가 CAPEX 증대 흐름에 합승한 테슬라를 인수하는 것은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스페이스X는 채권 발행을 통해 현금 518억3400만달러를 조달했다. 전년 동기(109억4700만달러)보다 5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856억7500만달러를 끌어모으고도 채권을 더 많이 발행했다는 이야기다.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높고 채권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유상증자가 아닌 채권발행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면 장기적으로 금융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합병이 이뤄지면 기존 테슬라 주주들이 이 부담을 분담하게 된다.


AI 과잉투자론 속 합병 우려


합병시 기존 테슬라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은 약해진다는 계산도 있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 CEO가 차등 의결권을 이용해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다. 머스크 CEO의 스페이스X 의결권 지분은 최소 80%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테슬라 지분과 의결권은 20% 수준이다.

바클레이즈를 비롯한 월가는 스페이스X가 현재 시가총액 비율대로 테슬라와 주식 교환을 진행할 경우 머스크 CEO가 합병 후 회사 지분을 56~58% 확보할 것으로 예측한다.

FT는 "데이터센터에 관심이 없는 전기차 팬들은 테슬라 주식을 매입하고 스페이스X 주식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됐다"면서 단순히 생각해도 투자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테슬라 투자자들에게 손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AI 종목 주가는 설비 과잉 투자와 부채 비율 우려 때문에 계속 위협받았다. 대표적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로 꼽히는 오라클 주가는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엔 네오클라우드(AI 부문 특화 클라우드 컴퓨팅) 강자인 코어위브 주가가 고점 대비 3분의 1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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