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테슬라 합병추진]성사 땐 기업가치 3조6000억달러 세계 5대 기업 규모
중국 승인 난항 가능성…안보 이해 충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규제 당국의 승인과 중국의 국가안보 우려, 주주들의 동의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합병이 성사되면 기업가치가 단순 합산으로만 약 3조6000억달러(약 52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이 탄생하지만,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데다 머스크의 지배력이 더욱 커질 수 있어 합병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려면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영국, 중국 등 주요 시장의 규제 당국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특히 테슬라의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국가안보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에서 2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약 22%로, 상하이에는 테슬라의 최대 자동차 생산공장도 있다. 반면 스페이스X는 미국 정부의 국가안보 관련 발사 임무를 수행하고 군사용 위성 시스템인 스타실드를 개발하는 방산 계약업체다. 중국은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온 만큼, 미국 방산기업과 자국 내 주요 자동차 사업의 결합을 반대할 수 있어서다.
JP모간도 합병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의 국가안보 우려가 특히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중국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운영하거나 중국 측 컨소시엄에 사업 통제권을 넘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국 내 틱톡 사업을 미국 측이 통제하도록 재편한 사례와 유사한 구조다. 이 경우 테슬라는 브랜드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사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중국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주주들의 동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머스크는 양사 이사회가 합병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각각 독립이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합병 조건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거래가 성사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합병을 위해 의결권 행사에 참여한 주식뿐 아니라 전체 발행 주식의 과반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머스크의 이해상충 문제도 논란거리다. 그는 스페이스X의 의결권 약 84%를 지배하는 반면 테슬라에서는 약 20%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합병이 이뤄지면 두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재편되는 만큼 어느 한쪽 주주에게 불리한 조건이 적용되지 않도록 협상과 의사결정 절차를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스크는 과거 태양광 기업 솔라시티를 테슬라에 합병할 당시에도 이해상충 논란과 주주 소송에 휘말렸다. 당시 법원은 주주들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머스크와 테슬라 사외이사들의 긴밀한 관계 및 협상 과정에서의 역할을 비판했다. 이후 두 회사 모두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주에서 텍사스주로 옮겼다. FT는 텍사스주 회사법이 이사회 판단을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주주들이 합병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