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캐나다, 공동성명 초안 '준회원국' 철회…프랑스·독일 이견

유효송 기자
2026.10.29 15:32

카니 총리, EU와 '준회원국' 수준 협력 추진
무역·국방·핵심 광물 협력 확대…미국 의존 줄이고 수출 다변화 모색
EU 가입 아닌 별도 협력 체계…2027년 승인 목표로 협상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가 17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연설하기 전 로베르타 메졸라 유럽의회 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사진=유세진

유럽연합(EU)이 캐나다에 제안했던 '준회원국' 지위 구상을 철회하기로 했다. 다만 양측은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은 유지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EU-캐나다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에 따르면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준회원국이라는 표현을 빼고 '더욱 긴밀한 연대(ever closer association)'를 추진하기로 했다. 초안의 이전 버전에서는 2027년 정상회의까지 준회원국 개념을 정립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수정안에서는 표현이 바뀐 것이다. 캐나다와 EU는 29~3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정은 독일과 프랑스, 그리스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EU 조약에는 준회원국 지위에 대한 법적 정의나 근거가 없어서다. 준회원국에 어떤 권한을 부여할지도 불분명하다. 독일 등은 준회원국 지위를 우크라이나와 몬테네그로 같은 EU 가입 후보국의 중간 단계로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캐나다 몬트리올에 도착한 뒤 '준회원국'이라는 표현을 다시 꺼내 관련 논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양측이 "캐나다를 유럽연합의 첫 준회원국으로 만드는 방안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비유럽 국가와 맺은 관계 가운데 가장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없는 표현 난색…캐나다, 명칭보다 실익

캐나다는 명칭보다 실익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이름이나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캐나다 국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유학·취업·여행 기회와 기업·연구자들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캐나다의 독립성과 주권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무역·국방·핵심 광물·기술·연구 분야의 협력 틀인 '미래를 위한 동맹' 출범이 예상된다. 캐나다는 유럽에 필요한 자원과 광산 개발 전문성을 제공하고, 유럽은 산업 수요와 기술·자본을 보탤 수 있다. 양측은 유럽투자은행(EIB)의 자금 지원 가능성을 포함해 광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투자를 촉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이미 체결된 EU·캐나다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이 협력의 기반이다. 협정의 대부분 조항은 2017년부터 발효돼 양측 간 관세를 대폭 철폐했지만, 일부 EU 회원국은 아직 비준을 마치지 않았다. 캐나다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향후 10년간 미국 이외 국가에 대한 수출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캐나다 상품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71.7%에 달했다.

국방 분야에서도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캐나다는 EU의 1500억유로 규모 방위산업 조달 프로그램인 SAFE에 참여하는 유일한 비유럽 국가다. 이를 통해 캐나다 기업은 유럽의 공동 군사 장비 구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산 F-35 전투기 72대를 추가로 구매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하고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 전투기를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방위산업 협력 확대에는 이견도 있다. 프랑스는 캐나다 기업의 EU 방위비 지출 사업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엄격한 '유럽산 제품 우선' 규정을 추진하는 반면, 독일은 EU 역외 국가의 참여 확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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