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증설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 수출 허가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글로벌 사업을 희생하면서까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국 기업의 자국 투자를 요구하면서 중국 내 생산 확대는 제한하는 이중 정책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5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압박에 저항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려 하면서 한국 기업의 상업적 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다롄 공장 증설에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출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의 생산 확대를 통해 확보한 수익이 미국 뉴욕주 신규 메모리반도체 공장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수출 허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글로벌타임스는 한 한국 매체를 인용해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신규 반도체 제조시설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같은 한국 매체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기존 수출 허가에 따라 다롄 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계속 반입하고 있으며 내년도 허가에 관해서는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사안이 한미 반도체 협력에 내재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투자와 첨단 제조시설을 자국으로 유치하려 하면서도 중국 내 생산 확대를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 기업이 이러한 압박에 따라 미국 투자를 확대하면 자금과 첨단 생산능력, 고부가가치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중국 생산기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매체 보도를 인용해 SK하이닉스의 중국 장쑤성 우시 공장이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40%, 다롄 공장이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30%를 담당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강하고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중국 내 생산능력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 중요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광범위한 부품 공급망과 제조 생태계 역시 한국 기업의 글로벌 사업을 뒷받침해 왔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사업을 희생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상업적 판단에 따라 투자와 생산을 결정할 유연성을 유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빠른 성장으로 한국 기업이 새로운 경쟁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양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에서는 경쟁과 협력이 병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