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회 장악에 유럽 긴장…"트럼프 앵그리덕 또는 매드독"

백소희 기자
입력 2026.11.05 14:46 수정 2026.11.05 14:46

[美 중간선거] 우크라·이란·에너지 셈법 흔들리나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 중인 볼룸(연회장) 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참패 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서 이란 전쟁 탓에 유권자들의 민심을 잃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전쟁을 정당화했다. 2026.11.05. /사진=민경찬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며 트럼프 행정부 레임덕이 예상되자 유럽에서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정치에서 입지가 좁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의회 견제를 덜 받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보다 강경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유로뉴스는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에 혹독한 심판을 내렸다"며 "이제 유럽의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더 위험한 인물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을 둘러싼 새로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하반기부터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의회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자국 내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워진 만큼 상대적으로 대통령 권한이 큰 외교·안보 분야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레임덕 국면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현안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결정을 내릴 수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 EU(유럽연합) 외교관은 유로뉴스에 "그는 레임덕보다는 매드독에 가까울 것"이라며 "누구도 현재의 어려움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전쟁·우크라이나 전황 등 겨울 에너지값 직결

겨울을 앞두고 유럽이 가장 주목하는 현안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직결된 미국·이란 관계다. 민주당은 의회 다수당 지위를 바탕으로 전쟁 관련 예산 지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란 긴장 완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중간선거 전까지만 해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재개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현재는 가능성이 다소 수그러든 상태다.

빌프리드 마르텐스 유럽 연구 센터의 디미타르 리코프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의 혼란스러운 군사 개입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절박한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공격 재개 시나리오가 조만간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유럽 에너지 시장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트리엇 방공 체계와 요격용 탄도 미사일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고 러시아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 병력 감축을 둘러싼 우려도 남아있다. 다만 민주당 견제로 주유럽 미군의 대규모 철수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이 유럽에서 점진적으로 군사 개입을 줄이려는 기조 자체를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 대미 관계 대표단 의장인 브란도 베니페이 이탈리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년 동안 더욱 예측 불가능한 외교 정책을 펼칠 수 있다"며 "며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대한 그의 결정은 우리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세계에 또 다른 위험은 앵그리덕으로 변한 대통령이 외교 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이용해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분노에 찬 미국 지도자가 캐나다, 유럽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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