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명 은행 계좌 마비에…'트럼프 우군' 파라과이 대통령 사임 선언

이지웅 기자
입력 2026.11.06 16:40 수정 2026.11.06 16:41
[아순시온=AP/뉴시스]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아순시온 대통령 관저에서 본인의 사임서에 서명하고 있다. 디지털 은행 우에노가 파산하면서 유착 의혹으로 탄핵 압박을 받아온 페냐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했다. 2026.11.06. /사진=민경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남미 우군인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이 대형 은행의 부실 사태로 탄핵 위기에 몰리자 사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의회가 사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탄핵을 추진하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페냐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국가의 안정과 사회적 평화, 민주주의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라과이 하원은 사임안을 수락하는 대신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상원은 탄핵 심리에 나섰다.

사태는 대형 디지털은행 '우에노'의 부실에서 시작됐다. 파라과이 중앙은행은 우에노은행의 자기자본이 법정 최소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정리 절차에 착수했다. 우에노은행은 파라과이 성인 인구의 60% 이상인 약 300만명이 이용하는 금융기관이다. 영업 중단으로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은행에는 연금과 공공기관 자금 약 8억5000만달러(약 1조1500억원)도 예치돼 있었다.

은행 부실이 대통령 탄핵으로 번진 배경에는 페냐 대통령과 은행의 사업적 관계가 있다. 페냐 대통령은 2023년 우에노은행 전신인 금융회사의 대표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같은 해 우에노은행은 은행업 인가를 받았고, 이후 급성장하며 거액의 공적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6월 금융당국은 우에노은행이 소유주 관련 기업에 부실 대출을 제공한 정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페냐 대통령은 지난달까지도 은행을 둘러싼 부실 의혹을 비방이라고 일축했다. 야권은 대통령이 은행에 특혜를 제공하고 부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페냐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고 있으며, 검찰은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은행 사태에 항의하는 수천명 규모의 시위가 수도 아순시온에서 벌어진 가운데 집권 콜로라도당마저 페냐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페냐 대통령은 궁지에 몰렸다.

2023년 취임한 페냐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지난 1월 트럼프가 주도한 '가자 평화위원회' 창립에도 동참했다. 페냐 대통령이 탄핵되면 페드로 알리아나 부통령이 남은 임기를 이어받는다.

[아순시온=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 의회에서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의 사임 문제를 논의하는 동안 의회 밖에서 시민들이 페냐 대통령 형상의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있다. 디지털 은행 우에노가 파산하면서 유착 의혹으로 탄핵 압박을 받아온 페냐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했다. 2026.11.06. /사진=민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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