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오늘…'대한민국 자동차의 산증인' 눈감다

박성대 기자
2016.05.21 05:40

[역사 속 오늘] '포니정'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별세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사진=현대산업개발

11년 전 오늘(2005년 5월 21일) '대한민국 자동차의 산증인'으로 불렸던 남자가 영원히 잠들었다. 향년 77세.

'안 하면 죽어야지…그런 각오로 모든 일을 하면 안 되는 게 없습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커다란 기여를 한 그는 '포니정'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넷째 동생인 그는 1928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1957년 현대건설에 입사하며 현대와의 인연을 시작한다. 그러다 1967년 12월 현대자동차 설립과 동시에 초대사장에 취임한 후 기능공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이후 32년 자동차 외길을 걷게된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사장 취임 1년 뒤 현대차 1호차 '코티나'를 시장에 내놨다. 이어 미국 포드와 합작이 난관에 부딪치자 1974년 최초 국산 모델인 '포니'를 전세계에 선보인다. 이탈리아 디자이너에게 120만 달러를 지불하는 대가로 한국 디자이너 10명을 공동 작업에 참여시켜 기술을 배우게 한 결과였다.

비록 차체만 고유 모델이고 엔진 등 핵심부품은 외국 자동차 회사 기술에 의존했던 한계는 있었지만, 포니 출시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6번째로 고유 자동차 모델을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특히 포니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자립을 선언한 차종으로서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니는 조랑말처럼 작지만 강한 힘을 가졌다는 의미로, 출시되자마자 내수 시장을 장악한 뒤 중남미를 중심으로 수출된다. 정 명예회장의 애칭인 '포니정'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포니2, 스텔라, 엑셀, 쏘나타, 엘란트라, 엑센트, 아반테를 출시하는 등 연이어 신모델을 내놓으며 현대차를 성장시킨다. 1987년엔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 회장직에 오른다.

그러다 1999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정 명예회장을 불러 현대차의 경영권을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했고, 정 명예회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자동차 업계를 뒤로한다.

정 명예회장은 장남인 정몽규 회장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옮겨와 자동차가 아닌 건설인으로서의 제 2의 인생을 걷는다. 하지만 1999년 발병한 폐암으로 6년 뒤 생을 마감한다.

미래를 향한 도전과 개척을 강조하던 그의 유지는 2005년 11월 정몽규 회장이 '포니鄭 재단'을 설립한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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