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광고 전단과 잡지, 포스터 등을 활용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김춘환 작가가 경기 성남시 운중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운중화랑은 오는 16일부터 11월 14일까지 김춘환 작가의 신작 기획전 '김춘환 전'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종이를 활용한 평면작품과 새로운 설치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인쇄물이 작가의 손을 거쳐 다채로운 색채와 독특한 질감을 지닌 예술작품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김 작가는 광고 전단과 잡지, 상품 포장지 등 각종 인쇄물을 수집해 자르고 구기거나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종이에 인쇄된 글자와 사진은 이 과정에서 본래의 형태를 잃고 새로운 색과 선, 입체적인 구조로 재구성된다.
특히 종이를 물감처럼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양한 색상의 종이를 뭉치고 잘라낸 뒤 화면에 촘촘하게 배열하면 물감을 두껍게 칠한 듯한 표면이 만들어진다. 종이를 자른 단면에서는 흰색 선이 드러나면서 예상하지 못한 무늬와 질감을 형성한다.
작품은 평면에 머물지 않고 입체적인 형태로 확장되기도 한다. 종잇조각을 수직으로 세워 높낮이를 만들거나 덩어리로 뭉쳐 벽과 바닥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색채와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종이에 담긴 정보와 이미지를 해체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광고와 상품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쇄물이 본래의 기능을 잃고 독립적인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김 작가의 작업에 대해 "종이를 물감처럼 다룬다"며 "캔버스에 물감 대신 종이를 바르고 올리고 채워 넣는 예술"이라고 평가했다.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30년 넘게 종이를 활용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운중화랑 관계자는 "평범한 인쇄종이가 작가의 손길을 거쳐 찬연한 색으로 다시 태어나는 전시"라며 "소모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예술적 대상으로 탈바꿈시키는 '종이의 연금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