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기능개혁의 일환으로 축산물품질평가원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환경관리원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해 (가칭)한국축산진흥공사 출범을 추진하면서 축산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4일 세 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각 기관에 흩어진 데이터와 현장업무를 연계해 농가 편의를 높이고 행정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통합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안'은 전체 공공기관 524개 가운데 109개를 줄여 415개로 재편하는 것이 골자다. 유사·중복기능을 일원화하고 소규모 기관과 자회사를 통합해 조직과 인력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축산 분야에서는 축평원의 축산물 등급·이력·유통, 방역본부의 방역·위생, 축산환경관리원의 가축분뇨·악취·자원화·사육환경 기능을 하나의 조직에서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면 농가가 같은 자료를 기관마다 반복 제출하거나 한 농장을 여러 기관이 따로 방문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협업을 위해 반드시 세 법인을 하나로 합쳐야 하느냐는 것이다.
세 기관은 이미 2020년 공동 현장점검반을 운영했고, 2021년에는 상시 합동점검으로 협업을 확대했다. 이 때문에 '3개 기관을 1개로 줄였다'는 숫자보다 농가의 행정시간과 현장 방문 횟수, 질병 대응시간이 실제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통합의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데이터 통합과 법인 통합은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력·방역·환경정보를 연결하고 현장점검을 공동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법인이 하나가 되면 인사와 예산, 조직, 전산, 사업 우선순위까지 단일 의사결정체계에 들어간다.
결국 정부가 설명해야 할 것은 현재 체제에서는 할 수 없지만 법인을 하나로 만들었을 때만 가능해지는 일이 무엇인지다. 그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면 데이터와 현장서비스부터 통합한 뒤 법인 통합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용 문제도 변수다. 기관장과 경영지원, 구매·전산 등 중복기능을 줄이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직급·급여체계와 인사규정, 전산시스템을 하나로 맞추는 과정에서는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민감한 문제는 전문성이다.
방역은 조류인플루엔자(AI)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 즉각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긴급 업무다. 반면 축산환경은 악취·분뇨처리·자원화·탄소 문제 등을 장기간 관리해야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다.
특히 규모가 작은 축산환경관리원의 기능이 통합 이후 방역 등 긴급 현안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축산환경'이나 '방역'이라는 부서를 남기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전문인력과 사업예산,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발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장인력의 신분과 처우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정원은 방역본부 1231명, 축평원 38명 등 1269명에 달한다. 통합 이후 직군과 급여·수당, 승진기준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인건비와 조직 내부 갈등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폐합 전후 보수 등 처우가 나빠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통합기관의 초대 수장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세 기관이 하나의 법인으로 재편되면 새로운 기관장과 임원 선임 절차가 뒤따를 전망이다. 현재 축평원과 방역본부에는 임기가 남은 기관장이 재임 중인 반면 축산환경관리원장은 공석이다.
초대 수장은 품질·유통, 방역·위생, 축산환경이라는 서로 다른 기능과 조직문화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통합 일정이 구체화될수록 기존 기관장들의 잔여 임기와 경력, 통합조직을 이끌 적임자 여부 등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면서 사실상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축산 3개 기관 통합의 성패는 '몇 개 기관을 줄였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더 잘하게 됐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농가의 행정시간은 얼마나 줄었는지, 질병 대응은 얼마나 빨라졌는지, 비용은 실제 절감됐는지, 그리고 방역·품질·환경의 전문성은 유지됐는지가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기관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축산 현장이 궁금해하는 것은 그 이후다. '그래서 무엇이 더 좋아졌는가'라는 질문에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