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으로 수출·배당 '쌍끌이'…두 달 연속 역대급 경상흑자

최민경 기자
2026.09.04 13:55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6.09.01.

반도체 호황이 무역수지를 넘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배당소득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해외 자회사 실적 개선이 본사의 배당수입 증가로 이어지면서 7월 경상수지는 계절적 하방 요인에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반도체 수출은 통관 기준 411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76.3% 급증했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액 989억6000만달러의 41.6%를 차지했다. 컴퓨터주변기기·SSD 수출도 344.5% 증가하면서 IT 품목 전체 수출이 140.6% 늘었다.

통상 7월은 6월보다 수출과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시기다. 수출 기업들이 상반기 실적 관리를 위해 분기 말인 6월에 수출을 집중하는 데 따른 기저효과다.

그럼에도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004억5000만달러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000억달러를 웃돌았다. 상품수지는 404억3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7월에는 기업들이 상반기 실적 관리를 위해 6월 수출에 집중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수출과 상품수지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그럼에도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상품수출이 두 달 연속 1000억달러를 상회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은 본원소득수지에도 반영됐다. 반도체 기업의 해외 판매법인 영업이익이 확대되면서 해외 자회사가 국내 본사에 지급하는 직접투자 배당수입이 늘었다.

이에 따라 7월 배당소득수지는 38억3000만달러 흑자로 전월(25억6000만달러)보다 12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같은 기간 32억7000만달러에서 43억5000만달러로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배당소득 증가는 직접투자 관련 배당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반도체 기업의 해외 판매 법인 영업이익이 좋아지면서 국내 본사로 들어오는 배당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상품수출과 배당수입이 동시에 늘면서 6월과 7월 경상수지 흑자는 각각 497억3000만달러와 420억8000만달러로 역대 1·2위를 차지했다. 두 달 동안 쌓인 흑자만 918억1000만달러다. 올해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330억9000만달러로 한은의 연간 전망치 4500억달러의 51.8%를 달성했다.

남은 5개월 동안 월평균 약 434억달러의 흑자를 내야 연간 전망치를 채울 수 있다. 7월 흑자 규모보다도 큰 수준이지만 한은은 8월 수출 흐름이 양호한 만큼 현재로선 전망 경로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최대 변수 역시 반도체 경기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도 변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 기준 수출가격이 상승해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다만 현재 반도체 수출은 환율보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요와 공급 여건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하락은 이론적으로 경상수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면서도 "최근 상품수출 증가는 반도체가 주도하고 있고, 반도체는 AI 투자에 따른 구조적인 수요와 수급의 영향을 받고 있어 환율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도 경상수지의 하방 요인이다. 그러나 수입선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중동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현재로선 중동 정세보다 반도체 경기의 향방이 경상수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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