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유가…정부, 중동 의존 낮추고 수입처 다변화 속도

세종=강영훈 기자
2026.09.21 16:20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는 모습. /사진=뉴스1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아프리카산 원유 도입을 늘린 데 이어 남미까지 수입선을 확대하며 원유 공급망 분산에 나섰다.

21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15달러선, 브렌트유는 102달러선,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98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이 반복되면서 특정 지역에 편중된 원유 공급망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5~7월 국내 원유 도입 물량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48.5%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1%에서 20.6%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비중동산 원유 비중은 30.9%에서 51.5%로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미주산 원유 비중이 23.1%에서 35.6%로 확대됐고 아프리카산도 2.2%에서 8.3%로 높아졌다.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산 원유 비중 역시 5.0%에서 7.4%로 상승했다.

다만 최근 중동산 비중 하락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도 반영됐다. 원유 도입에는 통상 두세 달이 걸리는 만큼 5~7월 통계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산 원유 확보가 어려웠던 시기의 영향이 뒤늦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 도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국가의 원유를 확보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의 물량이 반영된 것"이라며 "중동산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다양한 지역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비 유연성을 높여 유사시에 다른 원유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늘리기 위해 차액운임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 비중동산 원유의 추가 운송비 일부를 환급해왔으며 최근 5년간 환급액은 8613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871억원이 집행됐다.

수입선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아르헨티나산 원유 88만배럴을 시범 도입한 데 이어 내년부터 수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아프리카에 이어 남미까지 공급처를 넓혀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원유 물량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9~10월 원유 도입 물량은 전년 평균 대비 약 90% 확보됐고 11월 물량도 70% 이상 확보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 피격 등으로 일부 선적 물량의 불확실성이 생겼지만 대체 수송로와 중동 외 대체 물량, 비축유 스와프 등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

다만 중동산 원유를 단기간에 크게 줄이기는 쉽지 않다. 중동은 국내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대규모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국내 정유설비 역시 중동산 원유에 맞춰 구축돼 있어 경제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비중동산 원유를 구조적으로 늘리려면 다양한 원유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정유설비를 고도화하는 등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위한 정제시설 고도화 지원과 비중동산 원유 전처리·정유공정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정부의 다변화 정책은 중동산 원유를 일률적으로 대체하기보다 미국·아프리카·남미 등으로 공급처를 넓히고 다양한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확보해 유사시 대체 원유를 들여올 수 있는 선택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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