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한 대학가 상권의 상가 점포는 수개월째 비어 있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임차인은 매출이 크게 줄자 계약기간을 채운 뒤 폐업했다. 임대인은 이후 새 임차인을 구하고 있지만 새 계약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높은 금리가 상가 투자시장의 회복을 가로막는다. 내수부진과 자영업자의 폐업으로 공실위험이 커지고 상가 임대수익률이 금융비용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매매와 경매시장이 동시에 위축된 모습이다.
17일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전국 상가·사무실 매매거래량은 2515건으로 전월보다 24.6% 감소했다. 거래금액도 1조8738억원으로 46.4% 줄었다. 조사대상 9개 부동산 유형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경기도의 거래량은 전월보다 40.6%, 서울은 29.2% 각각 줄었다.
상가의 임차수요를 떠받치는 소상공인의 경영여건도 나날이 악화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97만5681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서는 최근 1년 이내 폐업한 소상공인의 70.9%가 '수익성 악화·매출부진'을 폐업의 이유로 꼽았다.
경매시장에서도 투자심리 위축이 확인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업무·상업시설 경매진행 건수는 8168건으로 집계됐다. 낙찰률은 18.3%로 지난해 1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경매 물건 10건 가운데 8건 이상이 주인을 찾지 못한 셈이다. 낙찰가율도 전월보다 1.8%포인트 떨어진 48.0%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찰된 물건 역시 감정가의 절반에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됐다는 의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높은 금리를 상가 투자시장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통상 상가의 기대수익률은 국채금리에 공실과 가격변동 위험을 반영한 위험 프리미엄을 더해 산정한다. 최근에는 임대수익률이 자금조달 비용을 밑도는 물건이 적지 않은 데다 공실발생시 이자와 관리비 부담도 이어져 투자수요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상가의 요구수익률은 통상 국채금리에 위험 프리미엄을 더한 수준인데 임대수익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가격이 충분히 조정되고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지 않으면 투자수요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도 "소상공인의 경영악화로 공실은 늘고 임대수익은 낮아진 데다 금리부담까지 크다"며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추가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상권 내부의 양극화도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찾은 특정 맛집이나 공간만 방문하면서 같은 대학가에서도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동선에 따라 매출이 크게 갈린다는 설명이다. 남 연구원은 "외부 수요를 끌어들이는 광역상권과 차별화된 점포에는 수요가 이어지겠지만 입지경쟁력이 떨어지는 상가는 공실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며 "금리부담과 상가수요의 구조적 감소를 고려하면 핵심 상가를 제외한 시장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