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 층간소음 민원이 최근 3년간 10만건을 넘어섰으나 정작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 분쟁조정위원회의 성립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 측정은 기후에너지환경부, 분쟁 조정은 국토교통부가 각각 맡는 이원화된 구조가 주민들의 절차적 부담을 키우고 조정 성립률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기후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1단계 전화 상담은 총 10만2124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3년 3만6435건, 2024년 3만3027건, 지난해 3만2662건 등이다. 같은 기간 2단계 조치 건수는 총 2만1282건으로 △추가 전화상담 1만5633건 △방문상담 4350건 △방문상담 및 소음측정 1299건 등의 순이었다.
층간소음 갈등이 분쟁조정 절차로 넘어간 뒤 실제 합의까지 이어진 사례는 10건 중 1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토부 산하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3년간 접수한 층간소음 분쟁조정 사건은 모두 148건이었다. 이 가운데 조정이 성립된 사건은 13건으로 성립률은 8.8%에 그쳤다.
연도별 조정 성립 건수는 2023년 3건, 2024년 5건, 지난해 5건 등이었다. 같은 기간 분쟁조정 사건 수가 40건에서 48건, 60건으로 늘어난 것과 비해 조정 성립 건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전체 사건의 절반 이상은 본격적인 조정에 이르지 못하고 각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각하 사건은 84건으로 전체의 56.8%를 차지했다. 신청인이 조정 절차 도중 신청을 철회한 취하한 경우도 23건(15.5%)에 달했다.
분쟁조정 처리기간이 법정기한을 크게 넘긴 사례도 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령은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절차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처리 사건 가운데는 120일을 넘긴 사례가 4건이나 있었다. 이 중 2건은 사건 처리에 150일이 넘게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 처리기간과 비교하면 최장 5배 이상 소요된 것이다.
분쟁조정 절차가 소음 측정과 별도로 운영되는 구조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현재 층간소음 관련 전문적인 현장 측정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이웃사이센터가 담당한다. 반면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법적 분쟁조정은 국토부 산하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가 맡고 있으며 LH가 위탁을 받아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 자체에는 층간소음을 현장에서 측정할 수 있는 권한이나 전문인력이 없다. 이에 객관적인 소음 측정 결과가 필요한 경우 신청인이 별도로 이웃사이센터를 통해 측정을 받은 뒤 관련 결과를 분쟁조정위원회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통상 층간소음 갈등은 관리사무소나 단지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한 자율 조정 이후 이웃사이센터 상담·측정, 분쟁조정위원회 절차 등으로 이어진다. 전문기관 단계에서도 소음 측정과 법적 조정의 담당 기관이 나뉘어 있는 셈이다.
조 의원은 이 같은 이원화된 체계가 신청인의 절차 부담을 키우고 신속한 분쟁 해결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쟁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소음 측정 자료를 기관 간 직접 연계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소음 측정과 분쟁 조정 관할이 분리된 부처 간 칸막이가 행정 비효율과 국민 불편을 키우는 원인"이라며 "국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협력해 접수 단계부터 현장 소음 측정, 분쟁 조정까지 신속하게 연결되는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