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집단대출이 2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하반기 수도권 입주물량이 늘어난 데 발맞춰 8·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완화된 영향이다. 앞서 상반기에는 증시 투자수요에 따른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면 하반기 들어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크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의 8월말 기준 집단대출 잔액은 149조297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544억원 증가했다. 2024년 9월 1조1771억원 늘어난 지 1년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 7월 증가액 653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약 4000억원 커졌다.
집단대출은 통상 신규 아파트 분양·입주 과정에서 수분양자들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실행되는 대출(이주비, 중도금, 잔금)인 만큼 신규주택 공급량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5대은행 집단대출 잔액은 2024년 9월 증가한 뒤 2024년 10월부터 2026년 3월까지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022년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이 경색되면서 신규 주택사업이 위축됐고 이에 따라 집단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 사업장도 줄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4월부터 집단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반기 아파트 입주물량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입주물량은 1만1490가구로 상반기(6151가구)보다 8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에이치방배'를 비롯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고가 아파트단지가 상당수 포함되면서 대출규모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8·13 대책이 집단대출 증가폭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집단대출이 제외되면서 은행들이 하반기 입주예정 단지를 중심으로 자금공급을 확대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집단대출이 증가하면서 8월 주담대 잔액도 3조3319억원 늘어났다. 2025년 8월(3조7012억원) 이후 12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다.
반면 신용대출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5대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8월 한달간 1815억원 줄었다. 5월 2조1741억원, 6월 2조1550억원, 7월 1조829억원 증가하며 석달 연속 조단위 증가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7월 들어 증시가 급락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수신에서도 이런 변화가 반영됐다. 5대은행의 8월말 정기예금 잔액은 1004조6645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9조7246억원 증가했다.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증시로 향했던 자금 일부가 은행 예금으로 돌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8·13 대책으로 여유가 생긴 은행들이 집단대출 수요에 맞춰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며 "상반기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다면 하반기 들어 현재까지는 집단대출을 포함한 주담대가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