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에게 '투자'라고 하면 대개 주식·부동산을 떠올리지만 두 시장을 합친 것보다도 더 큰 규모를 가진 금융시장이 있으니, 바로 채권시장이다. 돈을 빌리고 갚기로 약속하는 채무 계약, 즉 채권의 형태는 이미 고대 문명에서부터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류의 경제활동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금융수단이다. 그리고 이 채권의 가격을 결정짓는 '금리'는 채권뿐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금융자산의 가치를 재는 공통의 '줄자'와도 같다.
요즘 전세계 채권금리 상승이 심상치가 않다. 최근 미국채 10년 금리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채 10년 금리는 6월말 이후 +0.5%p 넘게 상승(미국채 10년 금리, 9월16일 기준 5% 상회)했다. 금리가 급등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하며, 이러한 기대가 시장에 반영될 때 금리가 단기구간 중심으로 상승하곤 한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향후 기대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된다면, 오히려 장기금리 상승이 멈추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정부채와 회사채 발행이 지속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 유인을 위해서는 더 높은 금리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적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구조적 트렌드에 가깝다. 고령화 인구구조에서 연금과 의료비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며, 양극화가 심한 사회에서 취약 계층을 위한 정부 지출 확대가 정치적 지지를 얻을 수밖에 없다. 4월 IMF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정부부채 비율은 올해 95%에서 2029년 100%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투자 관련 하이퍼스케일러 등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 수급 부담이다.
두 원인은 성격이 다르다. 유가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상승은 실질구매력 저하와 기업 원가 부담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부담스러운 신호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명목 성장이 실질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기업 마진이 눌리기 때문이다. 반면 국채·회사채 발행 확대에 따른 금리 상승은 결이 조금 다르다. 이는 수급 문제에 가까우며, 반드시 경기가 나빠진다는 신호는 아니다. AI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 증가처럼 향후 성장을 위한 선제적 자금조달의 성격인 경우도 있다. 즉 같은 '금리 상승'이라도 그 배경이 무엇이냐에 따라 주식시장에 주는 함의는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성장률이 높게 나오고 경제지표가 성장세를 지지하는 데도 최근 주가지수 상승이 부진한 것에는 '채권금리 급등'이 일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다만 금리 상승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지 이해한다면 중심을 잡고 주식 투자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금리라는 '줄자'를 갖고 큰 그림을 바라본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급함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