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금융분쟁 조정사례 가운데 조회수 'TOP 10'은 모두 보험 관련 사건이다. 은행과 금융투자 등 전 금융권을 통틀어 보험분쟁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노후 아파트 누수부터 보도블록 안전사고까지 예상치 못한 일상 속 사고가 보험분쟁으로 이어지는 데다 보험금 지급을 놓고 보험회사와 소비자의 공방도 첨예하다.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사건이 금감원으로 몰리면서 담당 직원 한 명이 동시에 분쟁 수백 건을 맡아야 할 정도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보험분쟁 담당 직원 한 명이 맡고 있는 사건은 평균 300~400건 수준이다. 실손보험 분쟁을 담당하는 직원은 1인당 600~700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담당자 한 명에게 약 1000건의 사건이 쌓인 적도 있다고 한다.
처리해야 할 사건은 많지만 1건을 해결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소비자와 보험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요청하거나 유사 판례까지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분쟁 평균 처리기간은 6~7개월이고 실손보험 분쟁은 1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직원 한 명이 하루 3건을 처리하면 상당히 많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사건을 처리하는 동안 신규 민원과 재민원이 계속 유입되면서 적체도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람도 건물도 늙는다"…고령화에 노후 아파트까지 보험분쟁 증가
분쟁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베이비붐 세대 고령화와 주거시설 노후화가 있다. 1·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의료 이용이 많아지는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질병보험과 실손보험 청구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준공된 지 30~40년 된 아파트가 늘면서 누수 등에 따른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분쟁도 발생한다. 보험사가 감가상각을 반영해 보상금을 산정하지만 피해자는 교체 비용 전액을 요구하면서 다툼이 발생하는 식이다.
과거 소비자들이 잘 몰랐던 지방자치단체의 영조물 배상책임보험도 분쟁 요인이다. 보도블록이나 도로에서 넘어져 다쳤을 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 사이 알려지면서 관련 분쟁은 늘고 있다. 지자체는 시설물 관리 의무를 다했다며 사고 원인을 피해자 부주의로 돌리는 경우가 있어 배상 책임을 둘러싼 다툼으로 이어진다.
금감원은 늘어나는 분쟁을 처리하는 동시에 유사한 분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보험 부문을 금융소비자보호처로 이관하고 보험상품 심사와 분쟁조정 기능을 같은 부서에 배치했다. 분쟁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상품 심사와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보험회사가 보험금 심사기준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사전 안내하도록 했다. 7월에는 체외충격파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분쟁조정기준을 적용하고 보험금 대리청구 제도도 개선했다. 올해 도입한 '분쟁 Key man' 제도를 통해 보험회사에 과거 분쟁처리 사례를 공유하고 지난 1월에는 분쟁조정사례 75건을 추가 공개했다. 개별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쟁 발생 자체를 줄여보려는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