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추적했더니 배후에 '이실장'...금감원, 불법사금융 분석체계 구축

김미루 기자
2026.10.25 12:00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불법사금융 조직의 배후를 추적하는 분석체계를 구축했다. 개별적으로 접수된 피해 신고를 연결해 숨겨진 범죄조직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실제 분석 과정에서 기존에 파악하지 못했던 피해 사례가 추가로 드러났고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가 불법사금융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다.

금감원은 불법사금융 관련 정보 약 38만건을 AI로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그동안 접수된 피해 신고와 제보, 민원, 불법금융광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서로 다른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불법사금융 조직은 광고와 대출, 추심 등 역할을 나눠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도 서로 다른 시기와 경로로 신고하다 보니 동일한 조직의 범행이더라도 개별 사건으로 처리됐다. 금감원은 이번 분석체계로 흩어진 신고를 하나로 묶어 범죄조직의 전체 구조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분석 결과 지난 3월 소비자경보가 발령된 사채업자 '이실장'과 유사하게 한 조직이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이어온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특히 '이실장' 조직을 다시 추적한 결과 확인된 피해 사례가 지난 3월 당시 파악했던 규모의 2배를 넘어섰다. 금감원은 피해자들이 사채 조직에 유입된 경로 관련 단서를 경찰에 제공할 예정이다.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가 불법사금융에 연루된 정황도 드러났다. 일부 등록업체가 여러 피해 신고와 불법광고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등 제도권 업체라는 신뢰를 이용해 불법 사채 영업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기존 수작업 분석으로는 찾아내지 못했던 유형이다.

금감원은 대부업법 위반 소지가 큰 등록업체 수십 곳을 추려 피해자 면담과 현장 기동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관계기관과 합동단속도 추진한다. 광고와 대출, 추심, 영업을 각각 나눠 맡는 '분업형' 조직들이 서로 연계해 활동한 정황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향후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도입해 분석체계를 고도화하고 조직 식별 정확도를 높일 방침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민생특별사법경찰이 도입되면 분석체계를 현장에 적용해 말단 조직원뿐 아니라 범죄조직 전체를 추적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금감원은 불법사금융 피해를 입었다면 금액이 적더라도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피해 신고 시 업자와 나눈 대화, 송금 내역, 전화번호, 광고 화면 등 증빙자료를 함께 제출하면 조직 추적에 도움이 된다.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라도 선이자를 현금으로 별도 요구하거나 다른 업자를 소개한다면 불법사금융 연루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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