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비노드 코슬라가 반한 로봇기업…몸값 4조 찍는다

최태범 기자
2026.08.22 10:00

[인터뷰] 테오필 제르베(Theophile Gervet) 제네시스AI 공동창업자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로봇이 사람처럼 일하지 못하는 이유는 '몸'이 아니라 '경험'에 있다. AI(인공지능)의 LLM(거대언어모델)은 인터넷 전체를 교과서 삼아 똑똑해지고 있으나 로봇은 물건을 집고 다루는 물리적 경험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러한 데이터 병목을 '장갑'으로 뚫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카를로스와 프랑스 파리에 거점을 둔 로보틱스 기업 '제네시스AI(Genesis AI)'다.

지난해 설립된 제네시스AI는 시드 투자에서만 1억500만달러(약 1470억원)를 조달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가 설립한 코슬라벤처스를 비롯해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최고경영자), 자비에 니엘 일리아드 창업자 등이 투자했다.

제네시스AI 공동창업자인 테오필 제르베(Theophile Gervet) 사장은 유럽 최대 AI 기업 미스트랄AI의 연구 과학자 출신이다. 메타AI와 스킬드AI를 거쳤고 카네기멜런대(CMU)에서 머신러닝 박사 과정을 밟으며 로보틱스와 컴퓨터비전을 파고들었다.

실험실에서 시작한 기술…"시뮬레이션만으론 부족했다"
제네시스AI 공동창업자인 저우 시안(Zhou Xian, 왼쪽)과 테오필 제르베(Theophile Gervet) /사진=제네시스AI

제르베 사장과 저우 시안(Zhou Xian) 제네시스AI CEO의 인연은 CMU 박사 과정에서 시작됐다. 두 사람이 함께 매달린 주제는 로봇을 가상 환경에서 훈련시키는 시뮬레이션이었다.

제르베 사장은 "시안 CEO와 더 나은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며 "그때의 초기 작업이 훗날 제네시스AI를 창업하는 기술적 토대가 됐다"고 회고했다.

연구를 파고들수록 기술 고도화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고 한다. 그는 "깊이 들어갈수록 시장이 원하는 건 뛰어난 시뮬레이션 그 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진정한 범용 로봇을 만들려면 시스템의 모든 계층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풀스택'이다. AI 모델과 로봇 하드웨어, 데이터 수집 시스템,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전부 자체 개발하는 방식이다. 각 계층별 기술에 각각 집중하는 대다수 경쟁사와는 정반대 전략이다.

제르베 사장은 "AI·하드웨어·시뮬레이션·데이터가 따로 개발되면 다른 구성 요소의 한계를 우회하는 데 끊임없이 시간을 쓰게 된다"며 "기성 부품을 짜깁기하는 대신 처음부터 모든 계층을 함께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로봇 손은 올바른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설계됐다"며 "모든 조각이 조화롭게 만들어져 시스템 전체 성능이 부분의 합보다 커진다"고 덧붙였다.

"로봇손이 데이터 수집기"…100배 싼 장갑의 힘
/사진=제네시스AI

제네시스AI가 지난 5월 공개한 로봇 AI 모델 'GENE-26.5'는 이 같은 철학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함께 발표된 것은 두 가지 하드웨어다. 인간의 손과 일대일 크기로 대응하는 자체 로봇 손, 촉각 감지 전자피부를 입힌 데이터 수집 장갑이다.

핵심은 '일대일대일(1:1:1) 매핑'이다. 사람이 장갑을 끼고 평소처럼 일하면 장갑·사람 손·로봇 손이 동일한 좌표계로 연결되고, 그 움직임이 곧바로 학습 데이터로 변환된다. 별도의 원격조작 장비나 전문 오퍼레이터가 필요 없다.

제르베 사장은 "로보틱스의 가장 큰 난제는 언제나 데이터였다. 지금까지는 이를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수집할 방법이 없었다"며 "사람이 장갑을 끼고 일하기만 하면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기술은 데이터 부족을 해결하는 진정한 게임 체인저"라고 했다.

경제성도 뒷받침된다. 이 장갑의 하드웨어 비용은 기존 장비의 100분의 1 수준이며, 내부 테스트에서 전통적인 원격조작 대비 최대 5배 높은 데이터 수집 효율을 기록했다. 제네시스AI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인간 기술 라이브러리'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뛰어난 성능은 다양한 시연으로 증명했다. GENE-26.5는 토마토 썰기와 한 손 계란 깨기 등 20단계 요리, 실험실 피펫팅(액체를 옮기는 기술), 전자·전기 분야 최난도 작업으로 꼽히는 배선 하네스 정리, 공중에서 루빅스 큐브 맞추기, 초고속 피아노 연주 등을 자율 수행했다.

제르베 사장은 조작 능력을 '손재주'와 '일반화'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인간 수준의 손재주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처럼 보였지만 GENE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다음 관문은 재훈련 없이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과제를 곧바로 해내는 일반화"라고 했다.

다리 대신 바퀴 택한 '에노'…LG CNS와 연내 배치
바퀴형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에노' /사진=제네시스AI

지난 6월 공개한 첫 범용 로봇 '에노(Eno)'는 일반적인 휴머노이드의 문법을 비껴갔다. 다리 대신 바퀴 기반 이동부를 택했고, 사람 얼굴을 흉내 내지도 않았다. 바퀴 위로는 접이식 관절 패널 기둥이 솟아 높이와 도달 범위를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제르베 사장은 "로봇이 실제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인간의 외형이 아닌 인간의 능력을 중심에 두고, 성능 향상에 기여하지 않는 요소는 모두 걷어냈다"고 설명했다.

바퀴 형태를 선택한 것도 고객을 최우선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는 "산업계 고객들의 작업장은 대부분 평평하고 정형화된 환경"이라며 "그런 환경에선 바퀴가 다리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다. 제조·배치·확장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중에선 LG CNS와 손잡았다. 양측은 미국 내 LG 사업장과 LG CNS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조·물류 활용 사례를 발굴한 뒤 다단계 확산에 나서는 장기 협력을 맺었다.

제르베 사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의 검증과 설치, 운영화를 LG CNS 같은 기업에 의존한다. 피지컬 AI의 대규모 도입을 현실로 만들 협력 사례"라며 "제조·물류·실험실을 시작으로 호텔·병원 등 서비스업, 이후 가정으로 에노의 공급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한국은 뛰어난 인재와 강한 혁신 문화를 바탕으로 인상적인 로보틱스·첨단 제조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며 "범용 로보틱스 확산을 앞당길 수 있는 조직과는 늘 협력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전반에 도움되는 범용로봇 확산"

제네시스AI의 또 다른 무기는 시뮬레이션 플랫폼 '제네시스 월드 1.0'이다.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기 전 가상공간에서 미리 일을 시켜보는 도구다. 업계 대부분은 이 공간을 학습용 데이터를 찍어내는데 쓰지만, 제네시스AI는 완성된 AI의 실력을 채점하는 '시험장'으로 활용한다.

제르베 사장은 "공부한 문제집과 시험 문제가 똑같으면 실력이 늘었는지, 답을 외운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학습 데이터와 평가 환경이 같은 시뮬레이터에서 나오면 모델이 정말 좋아진 것인지, 시뮬레이터에만 익숙해진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습은 사람에게서 얻은 실제 데이터로만 시키고 가상공간은 채점에만 쓰는 것이 제네시스 월드의 방식이다. 그는 "기존에는 로봇의 실력을 평가하려면 작업자가 로봇에 상시 붙어 있어야 했지만, 사람 없이 몇 번을 돌려도 똑같은 결과로 끝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제르베 사장은 "일주일 가까이 쉬지 않고 테스트해야 할 평가를 약 30분 만에 완료할 수 있다"며 "이런 빠른 피드백 루프가 훨씬 빠른 반복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궁극의 가속기"라고 강조했다.

제네시스AI는 기술 고도화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해 현재 약 5억달러(약 7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유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계 투자사 프렘지인베스트가 주도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제르베 사장은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로봇을 만들어 기업과 노동자, 사회 전반에 이로운 방식으로 범용 로봇 확산을 앞당기겠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람들이 의미 있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