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크리에이터 분석해 '찰떡' 매칭…정산까지 AI 자동화

김진현 기자
2026.10.03 09:00

[스타트UP스토리]이재한(브라이스 리) 스토리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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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리 스토리카 대표

"'느좋(느낌 좋다)'이라는 말은 사람은 알아듣지만 인공지능(AI)은 맥락은 이해해도 그에 딱 맞는 무언가를 직관적으로 찾아내지는 못합니다. 이런 느낌을 데이터로 바꿔 마케팅이 저절로 굴러가게 만드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스토리카를 창업한 이재한(브라이스 리) 대표는 인스타그램·틱톡 등 소셜미디어(SNS)가 브랜드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에도 마케팅 현장은 여전히 사람 손에 의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제품과 어울리는 크리에이터를 직접 찾아 연락하고, 질문에 답하고, 샘플을 보내고, 정산까지 일일이 챙겨야 한다. 그는 이 과정을 AI를 통해 자동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스토리카를 창업했다.

34살에 창업 결심…'느낌'을 데이터로 만들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유니콘 기업을 만든 창업자의 평균 나이가 34세라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다. 그는 "언젠가 내 일을 해야겠다는 목표로 34살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첫 직장은 뉴욕 크레디트스위스였다. 기술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뒤 사내 공모를 거쳐 신설 블록체인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상장 기업을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분석을 경험했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현대차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에서 벤처투자를 맡았다.

그는 "어깨너머로 부딪히며 배우는 일도 좋았지만 직접 현장에서 뛰어보지 않으면 막상 창업했을 때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코리아에서 PM(프로덕트 매니저)으로 일하며 퍼포먼스 마케팅을 맡았다. 아트테크 기업 아비투스어소시에이트에서는 창업 초기멤버로 합류해 사업을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과정도 경험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마케팅의 중요성을 체감한 그는 크리에이터 마케팅에서 반복되는 수작업에 주목했다. 제품과 맞는 크리에이터를 찾고 연락하는 것부터 콘텐츠 관리와 정산까지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업무가 많았다. 이 대표는 이를 마케팅 현장의 병목으로 봤다. 미국 틱톡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일하던 대학 동기 박종현 CTO(최고기술책임자)가 합류하면서 현재의 팀을 꾸렸다.

스토리카는 크리에이터 프로필 약 800만개와 콘텐츠 1억건 이상을 분석해 데이터베이스(DB)에 쌓았다. 숏폼 영상과 캡션, 제품 이미지, 참여 지표 등을 AI로 분석해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데이터화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메시지, 목표 고객 등이 맞는 크리에이터를 찾아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가 솔루션이 추천한 크리에이터를 보고 '괜찮다', '아니다'라고 응답하면 그 결과가 다음 추천에 반영된다"며 "이후 메시지 발송과 콘텐츠 취합까지 한 화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스토리카가 우선 공략하는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에 회사를 설립한 것도 북미 시장을 먼저 공략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에서 보이는 정보만으로 크리에이터를 판단하지 않도록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을 걸러내려면 과거 이력이나 평판 등 피드 밖의 정보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웹 검색 등 외부 정보를 DB와 연동해 크리에이터 검증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K뷰티 넘어 SW로 고객 확대
스토리카 개요/그래픽=김지영

이 대표는 스토리카 서비스를 특정 플랫폼에 가두지 않고 AI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타 마케팅 솔루션과의 차별화를 위해 그록, 클로드 코드, 코덱스 등 AI 도구 마켓에서 플러그인으로 우리의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사적 목표도 'AI 네이티브'로 잡았다. 올해 초부터 전 직원이 개발자와 비개발자를 가리지 않고 AI 코딩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업무 자동화도 각자 만들어 쓰고 있다. 웹사이트 역시 사람이 읽기 편한 구조뿐 아니라 AI가 정보를 가져가기 쉬운 형태로 설계했다.

그는 "결국 에이전트 생태계가 퍼질 텐데, 사람한테 어필하는 것만큼 다른 AI한테 어필하는 것도 중요해진다"며 "일하는 방식이 AI 네이티브해야 우리가 내놓는 서비스도 AI 네이티브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고객군도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스토리카의 솔루션을 사용하는 국내 기업 고객은 뷰티·소비재, 호텔·리조트 등 라이프스타일 연관 분야가 많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 셀프서비스 방식의 소프트웨어(SW) 이용 수요가 늘면서 SW기업 고객도 증가하고 있다.

리 대표는 "미국은 UGC(이용자생성콘텐츠)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많이 한다"며 "지금은 소비재와 소프트웨어를 거의 동등한 비중의 주요 고객군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카는 올해 초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아모레퍼시픽·슈미트·허슬펀드·본엔젤스·크루캐피탈 등이 투자사로 참여했다. 아모레퍼시픽과는 '뉴 뷰티 이노베이션 챌린지 2025'를 계기로 투자와 사업 협력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K-테크 파이어니어즈' 과제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다음 투자는 우선 손익분기점(BEP) 달성 이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스타트업에 갖는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당분간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34살에 창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커리어를 쌓아온 이 대표는 이제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고객이 돈을 내고 쓰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며 "그 기반을 만든 뒤에 해보고 싶은 실험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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